미국프로골프(PGA)투어 올해 첫 풀 필드(시드를 확보한 선수 전원 참가) 대회인 소니오픈(총상금 620만달러·약 66억원)이 열린 12일(한국시간) 하와이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CC(파70·7044야드) 9번홀(파5). 그린 위 배상문(32)이 10m 거리 퍼팅을 하자 공은 힘차게 굴러 컵에 들어갔다. 이글이었다. 갤러리들의 환호에 배상문은 손을 들어 인사했다.

이날 10번홀에서 출발한 배상문은 마지막 홀에서 2타를 줄이며 4언더파로 첫날 경기를 마쳤다. 작년 8월 전역한 뒤 PGA투어에서 기록한 첫 60대 타수 성적표다.

배상문은 이날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6타를 적어냈다. 그는 공동 선두 잭 존슨, 크리스 커크(이상 미국)에게 3타 뒤진 공동 11위에 올랐다.

군 전역 후 최고의 샷을 선보이며 투어 복귀 후 첫 예선 통과는 물론 상위권 진입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배상문을 웃게 한 ‘효자 클럽’은 아이언이었다.

이날 그는 그린을 단 두 번만 놓쳤다. 그린 적중률이 88.89%였다. 낮은 페어웨이 적중률(57.14%)을 보완하는 송곳 아이언 샷으로 타수를 줄일 수 있었다.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도 336.5야드로 144명 중 5위였다.

PGA투어 통산 2승의 배상문이 군 복무 전 톱 10에 진입한 것은 2015년 8월 바클레이 대회(공동 6위)가 마지막이다. 이번 대회는 전역 후 투어 다섯 번째 출전 대회다. 앞서 4개 대회에서는 CJ컵을 제외하고 모두 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CJ컵은 예선 탈락이 없는 대회로 그는 공동 61위에 올랐다.

배상문 외 다른 K골퍼들도 기분 좋게 출발했다. ‘영건’ 김시우(23·CJ대한통운)는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합쳐 3언더파 67타로 재미동포 제임스 한 등과 함께 공동 20위에 자리했다. 김시우는 작년 투어 대회 우승자 34명만 출전한 지난주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10위를 차지하며 퀄리티 스타트를 했다.

‘맏형’ 최경주(48·SK텔레콤)는 버디 3개, 보기 2개로 1언더파 69타를 적어내며 조던 스피스(미국), 김형성(38·현대자동차) 등과 함께 공동 65위. 세계랭킹 2위 스피스는 10번홀부터 출발해 7번홀까지 4언더파를 기록했으나 454야드 8번홀에서 ‘쿼드러플 보기’로 4타를 잃으며 무너졌다.

지난해 1라운드에서 ‘꿈의 59타’를 치며 우승한 토머스는 보기 없는 경기를 했지만 타수를 많이 줄이진 못했다. 그는 버디 3개를 잡아 3언더파 67타로 공동 20위에 자리했다. 지난주 우승자인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은 출전하지 않았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