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지물로 드러난 KBO '암행감찰제'…실효 대책 없나
비난에도 안지만 기용했던 삼성, 3개월여 만에 퇴출

2012년 승부조작 사건으로 박현준, 김성현 등이 영구 제명된 지 4년 만에 또다시 승부조작 파문이 터졌다.

현재까지는 NC 다이노스의 투수인 이태양과 상무 외야수 문우람(전 넥센 히어로즈)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으나 승부조작의 경우 점조직으로 은밀하게 연결된다는 점에서 또 다른 가담자는 없는지 의구심이 든다.

도박과 명예훼손, 음란행위 등 최근 잇따르는 추문으로 흔들리던 한국프로야구는 직격탄을 맞았다.

프로스포츠의 전제는 정당하고 공정한 승부다.

이게 무너지면 팬들이 떠나고 프로스포츠의 존립 근거가 사라진다.

한국프로야구가 와해할 위기에 몰린 것이다.

그러나 정작 한국 프로야구를 주관하는 KBO와 각 구단이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4년 전 프로야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을 때 KBO는 당시 가담했던 박현준과 김성현 등을 영구 제명했다.

이후 KBO는 상시 모니터링 체제(암행감찰제) 구축, 신고자에 대한 포상 및 처벌 감면제 도입, 예방 교육 및 자정 활동 강화, 가담자 무관용 원칙 등 4개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당시와 판박이 꼴의 승부조작 사건이 4년 만에 재연되면서 KBO의 승부조작 방지 대책은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이태양과 문우람의 경우 선수가 먼저 브로커에게 승부조작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4년 전보다 더 대담해지고 대가도 큰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더했다.

각 구단의 안이한 대처 방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각 구단은 관련 선수를 징계하고 대국민 사과와 자정 결의문 한 장 읽고는 서둘러 봉합하는 데 급급한 인상마저 준다.

NC와 넥센은 소속 선수의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자 발 빠르게 사과문을 발표하고 관련 선수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전했다.

관리 소홀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 없이 똑같이 되풀이된 엄정징계와 재발방지 약속을 야구팬들은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의 경우에는 지난해 소속 선수인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이 해외원정 도박 파문에 휩싸이자 임창용만을 임의 탈퇴 처분하고 나머지 두 선수에 대해서는 수사 진척 상황을 거론하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삼성 구단이 선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임창용만 희생양 삼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경찰 수사에 진전이 없자 삼성 구단은 '무죄추정 원칙'에 입각해 지난 4월에는 두 선수를 1군 엔트리에 전격 합류시켰다.

삼성의 필승조로 예년과 다름없이 활약한 안지만은 도박도 모자라 도박 사이트 개설까지 개입한 혐의가 최근 추가로 드러났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도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선수협은 선수들의 권익만 챙기려고 했지 책임과 의무를 감독하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KBO리그는 20일 500만 관중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KBO와 각 구단이 양적 팽창에만 열중하는 사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할 때다.

이제부터라도 환부를 뿌리 뽑고 확실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