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윤종·서영우, 평창올림픽 유치로 날개 달아
지원 대폭 늘고 세분화된 코칭 스태프가 두 선수 꼼꼼히 챙겨


봅슬레이 원윤종(31)-서영우(25)가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는 2010년 10월 미국 유타 주 파크시티에서 열린 북아메리카컵이었다.

둘은 주최 측과 외국 선수들에게 '민폐'를 끼쳤다.

레이스 도중 썰매가 전복되면서 트랙의 얼음이 깨져버린 것이다.

주최 측이 트랙을 보수할 때까지 대회는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5년여의 세월이 흐른 2016년 1월.
원윤종-서영우는 캐나다 브리티시콜럼비아 주 휘슬러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5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걸음마 수준이던 한국 봅슬레이가 기적같이 세계 정상에 올랐다.

이제 세계가 한국 봅슬레이에 주목한다.

한국이 유럽과 북미 선수들이 100년 가까이 지배해온 봅슬레이를 제패한 비결은 무엇일까.

원윤종-서영우가 뛰어난 선수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둘은 타고난 재능에 피나는 노력을 덧붙였다.

하지만 두 선수가 이처럼 세계를 제패한 배경을 설명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이 한국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다.

두 선수가 봅슬레이에 입문해 실력을 갈고 닦을 무렵 한국이 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서 비로소 날개가 돋쳤다.

이후 한국 봅슬레이는 '종합 예술'로 완성됐다.

한국 썰매(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는 올림픽 유치 이전과 이후로 구분된다.

한국 썰매의 선구자인 강광배(43) 한국체대 교수는 선수 시절 모든 것을 도맡아 해야 했다.

썰매의 날을 가는 것은 물론이고 200㎏ 가까이 나가는 썰매를 옮기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강 교수는 "한번 타고 내려오면 다음 주행을 위해 무거운 썰매를 스타트 포지션으로 옮기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미국 솔트레이크에서 경기를 치르고 다음 경기가 열리는 캐나다 캘거리로 이동하면서 겪은 고생이 지금도 생생하다.

강 교수는 직접 트레일러를 구해서 장비를 옮기고, 트럭에 매달아 1천㎞가 넘는 거리를 다른 선수들과 돌아가면서 밤새워 운전해야 했다.

그나마의 썰매도 유럽 선수들이 쓰던 것을 헐값에 사들인 것이었다.

한국에는 썰매 전용 트랙은 물론이고 스타트 훈련장도 없어 선수들은 외국에서 겨우 짬을 내 훈련해야 했다.

이런 환경에서 강 교수를 포함한 봅슬레이 선수들이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19위에 오른 것은 원윤종-서영우의 월드컵 금메달 못지않은 기적이었다.

그러던 한국 썰매가 2011년 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썰매 선수들의 훈련비는 연간 1억원 수준에서 기업체의 후원이 답지하며 십 수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선수들의 장비는 최고급으로 바뀌었고 코칭 스태프는 물리치료, 스타트 전담, 코스 분석 등으로 세분화됐다.

한국 봅슬레이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맬컴 로이드(영국) 코치의 한국 대표팀 합류도 평창 올림픽 유치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오랜 선수·지도자 경험으로 세계 모든 경기장을 꿰뚫은 로이드 코치는 한국 선수들에게 경기장별 공략법을 완벽하게 전수했다.

한국스포츠개발원은 선수들의 경기 영상에 현미경을 들이대 보완할 점을 찾아냈고, 신체 부위별 근육량도 측정해 더 발달시켜야 되는 곳을 짚어냈다.

전복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속 150㎞가 넘는 속도로 주행하는 선수들을 위한 심리 훈련도 이뤄졌다.

원윤종-서영우는 2013년 처음으로 네덜란드산 '새' 썰매를 지원받았다.

현재는 라트비아 장인이 만든 썰매를 탄다.

대당 가격은 1억원이 넘는다.

당장 다음 주부터는 현대자동차가 이들을 위해 특별 제작한 썰매를 타고 경기에 나선다.

현대자동차는 앞으로도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썰매 개선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평창에는 스타트 훈련장이 들어섰고, 정식 트랙은 다음 달 완공된다.

원윤종-서영우의 마음은 이미 2018년 평창으로 가 있다.

현재의 상승세를 잘 이어가면서 홈 트랙의 이점을 살리면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이들이 평창의 시상대에서 태극기를 휘날리는 순간 한국 봅슬레이 감동의 드라마는 비로소 완성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sw0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