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쌔앵~.’ 12일 포뮬러원(F1) 연습라운드가 펼쳐진 전남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KIC). 최고의 머신(경주차)들이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을 내며 불꽃 같은 레이스를 펼쳤다.

이날 1차 연습 주행에서는 루이스 해밀턴(영국·맥라렌), 2차에서는 제바스티안 페텔(독일·레드불)이 1위를 차지했다. 랭킹 1위 페르난도 알론소(스페인·페라리)는 1차 2위, 2차 3위를 기록했다.

이들의 F1 머신은 2400㏄ 배기량에 750마력의 엔진으로 최고 시속 360㎞까지 달릴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다. 고속주행의 비밀은 차체에 숨어 있다. 엔진의 성능은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철저하게 제한하고 있다. 차체가 가벼워야 하고 공기 저항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래서 가볍고 단단한 탄소섬유로 만든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벌집 구조의 틀 위에 탄소섬유 껍질을 씌운 형태다. 차체 무게는 30㎏에 불과하지만 철보다 1000배 이상 강하다.

○뒷날개 눕혀 가속하는 DRS

시속 300㎞ 이상으로 달리는 비결은 공기역학적 설계. 대표적인 부품이 머신의 앞과 뒤에 달린 윙(날개)이다. 비행기 날개가 양력으로 몸을 띄우는 것과 반대로 머신이 달릴 때 이 날개들은 차체를 위에서 아래로 누르는 다운포스를 만들어낸다. 머신이 달릴 때 앞바퀴 부근에서 약 1, 뒷바퀴 쪽에서 1.2의 다운포스가 생긴다. 빠르게 달리면서 코너를 돌 때에도 차체가 뒤집어지지 않는 것은 윙의 역할 덕분이다.

F1 레이스의 백미는 추월이다. 직선주로에서 다운포스를 줄여 속도를 높이는 DRS(Drag Reduction System) 기술이 사용된다. 드라이버가 DRS 버튼을 누르면 뒷날개가 눕혀지며 같은 출력으로도 가속이 된다. DRS를 사용하면 속도가 시속 10㎞ 이상 더 빨라지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번 코리아그랑프리에서는 첫 번째 코너를 지난 직선구간에서 DRS가 허용된다. 올해 DRS 허용 구간이 516m로 지난해보다 80m 늘어나 추월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여개 버튼 달린 핸들

F1 머신의 스티어링 휠(핸들)은 단순히 방향을 조절하는 데 그치지 않고 머신의 모든 기능을 한꺼번에 컨트롤할 수 있는 집합체다. 직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의 스티어링 휠에는 20개 이상의 버튼이 달려 있다. 팀마다 조금씩 다른데 최대 26개인 곳도 있다.

도로가 젖었는지 말랐는지 등에 따라 트랙션을 제어해 안정된 레이스를 펼칠 수 있게 하는 기능도 있다. 차가 미끄러지거나 빙빙 돌 때 동력 전달을 끊어 주는 뉴트럴 버튼도 있고, 드라이버의 목을 축여주는 음료 공급 버튼, DRS 작동 버튼도 있다.

○실시간 정보 전송 텔레매틱스

드라이버는 혼자 머신을 몰지 않는다. 언제 어디를 달리든 무선 통신을 통해 팀원들과 상의하면서 전략을 변경하기도 한다. 주행 중인 머신의 상태는 150여개 이상의 센서를 통해 팀 엔지니어에게 전달된다. 이것이 텔레매틱스 시스템이다. 일반 승용차에 50~70개의 센서가 달려있는 것에 비하면 3배가량 많다. 엔진 압력과 온도, 타이어 공기압, 바퀴가 움직이는 각도 등의 정보가 전달된다.

3일간의 대회에 처리하는 정보의 양은 100기가바이트. 인텔이나 AMD 등의 정보기술(IT) 업체가 이 같은 기술을 개발해 각 팀에 제공하고 있다.

영암=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