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단 =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어김없이 수많은 메달만큼이나 많은 이들의 인터뷰가 쏟아져나왔다.

한국에 역대 원정 최다 금메달을 안긴 태극전사들은 저마다 느낀 영광과 아쉬움을 압축적으로 표현해 감동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난 2주 동안 때로는 재치있게 이번 대회의 빛과 그림자를 짚어내고, 때로는 팬들의 웃음을 자아냈던 말을 모았다.

△"시련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수영 3관왕 박태환 = 수영 경기를 모두 마치고 20일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태환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과 지난해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격은 시련 덕에 다시 강해져 남자 자유형 100m와 200m, 400m에서 우승해 2006년 도하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3관왕을 차지하고 7개의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좀 쉬고..쉽시다!"

여자 평영 200m 금메달리스트 정다래 = 수영 경기를 모두 마치고 20일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귀여운 외모와 독특한 언행이 어우러져 '4차원 소녀'로 화제를 모은 정다래는 2012년 런던 올림픽 계획을 질문받자 "2년 후 올림픽은 아직 아시안게임이 다 끝난 것이 아니라서 아직 잘 모르겠다"더니 "좀 쉬고…쉽시다!"라고 말해 웃음폭탄을 터뜨렸다.

△"할머니께 금메달을 걸어 드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인라인롤러 여자 EP 10,000m 금메달리스트 우효숙 = 24일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짓고 눈물을 펑펑 흘리며.

어린시절 부모님을 대신해 양육을 도맡았던 할머니가 이미 19일 돌아가신 소식을 시상식이 열리기 전에야 전해들은 우효숙은 "운동하느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해 아시안게임만 끝나면 할머니 옆을 지키려고 했다.조금만 더 기다려주시지…"라고 계속 울먹여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선물 받았다"

남자 축구대표팀 스트라이커 박주영 = 25일 이란과 3~4위 결정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동메달을 따내고 나서.

전날 아랍에미리트(UAE)와 준결승에서 연장 종료 직전 결승골을 허용해 패하고 나서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던 박주영은 "처음에는 금메달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15년 이상 축구하면서 느껴보지 못한 것을 어린 후배들이 가르쳐줬다"고 자랑스러워했다.

△"대회가 중국에서 열린 게 가장 아쉽다"

남자 농구 대표팀 유재학 감독 = 26일 열린 결승전에서 중국에 71-77로 아쉽게 져 은메달에 머물고 나서.
경기 내내 미묘하게 중국에 유리한 판정이 나와 고생한 유 감독은 '가장 아쉬운 점'을 질문받자 농담을 섞어 "심판 판정이 불리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감이 있다.그 외의 결과에는 만족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태극기는 언제나 내 심장에 새겨져 있는 것 같다"

한국 핸드볼의 '전설' 윤경신 = 26일 열린 남자 핸드볼 결승전에서 이란을 32-28로 물리쳐 8년 만에 금메달을 되찾고 나서.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부터 6개 대회 연속으로 태극 마크를 달고 뛴 윤경신은 "이젠 태릉선수촌이 내 집 같다.태극기는 언제나 내 심장에 새겨져 있는 것 같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지재형, 사랑합니다"

여자 멀리뛰기 금메달리스트 정순옥 = 23일 여자 멀리뛰기에서 금메달을 따내고 나서.

정순옥은 금메달이 확정되자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펄쩍펄쩍 뛰며 좋아하더니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다가 결혼을 약속한 높이뛰기 선수 지재형(문경시청)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공개적으로 애정을 표현해 폭소를 자아냈다.

정순옥 뿐 아니라 이번 대회에서는 유독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당당하게 밝힌 태극전사들이 많았다.

(광저우=연합뉴스)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