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 = `항상 우리와 함께'

`무적 함대' 스페인을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정상에 올려놓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의 천금같은 결승골은 세상을 떠난 동료 선수 다니엘 하르케에게 바쳐졌다.

12일(한국 시각)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네덜란드의 2010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에서 0-0의 살얼음판 같은 균형이 이어지던 연장 후반 11분.
이니에스타는 세스크 파브레가스(아스널)와 합작으로 빚어낸 절묘한 오른발 발리슛으로 결승골을 뽑아낸 뒤 곧바로 상의 유니폼을 벗어들고 그라운드 위를 질주했다.

순간 유니폼 아래에 입고 있던 흰색 민소매 상의와 함께 손수 펜으로 정성들여 쓴 것이 분명한 "Dani Jarque siempre con nostros"라는 스페인어 글귀가 드러났다.

"다니 하르케는 항상 우리와 함께 있다"라는 뜻이었다.

하르케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축구팀 에스파뇰의 중앙 수비수로 지난해 8월 시즌을 앞두고 소속팀 훈련에 참가하던 중 이탈리아의 한 호텔에서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26세의 아까운 나이에 요절해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했고 프리메라기가 동료들은 그를 추모하는 의미로 검은 완장을 차고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이니에스타의 `탈의' 세리머니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동료 선수를 잊지 않고 있다는 의미를 담은 `추모 세리머니'였던 것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상의를 탈의하거나 옷에 특정 문구를 내보이는 골 세리머니는 경고에 해당하고 이니에스타 역시 주심의 옐로카드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죽은 동료의 이름을 가슴에 새기고 `꿈의 무대'인 월드컵 결승에 올라 첫 우승 감격을 함께 나눈 이니에스타의 동료 사랑에 스페인은 물론 전 세계 축구팬들도 아낌없이 찬사를 보냈다.

이날 결승골로 `맨 오브더 매치'로 뽑힌 이니에스타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오늘 승리는 하르케와 우리 가족, 스페인 국민 모두를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