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돼요.

금메달이 2개라니. 두 번째 금메달은 꿈만 같아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 '1호 2관왕'의 주인공이 된 이정수(21.단국대)의 표정은 어린 아기의 표정처럼 해맑았다.

게다가 2관왕의 업적을 자신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연방 헛웃음만 터져 나왔다.

이정수는 21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치러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대표팀 선배 이호석(고양시청.1분23초801)과 막판 '날 들이밀기' 경쟁에서 0.054초 차로 이기면서 올림픽 신기록(1분23초747초)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로써 이정수는 남자 1,500m 우승에 이어 1,000m까지 정상에 오르면서 2관왕의 기쁨을 만끽했을 뿐 아니라 남자 500m와 5,000m 계주에도 출전이 예상돼 전관왕도 노려보게 됐다.

이정수는 이날 레이스에서 캐나다의'아믈랭 형제'와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가 초반 선두 다툼을 벌이는 동안 이호석이 세 바퀴를 남기고 외곽으로 크게 치고 나가 선두를 잡자 함께 속도를 내서 2위로 올라섰다.

이정수는 마지막 바퀴에서 이호석을 추월하고 결승선에서 날들이밀기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꽃다발 세리머니를 끝내고 기자회견에 나선 이정수는 "정말 이번 금메달은 꿈만 같다.

현실이 아니라 마치 딴 세상에서 딴 것 같다"라며 인터뷰 도중 웃음을 지으며 '아~말도 안돼. 아~진짜'를 연발했다.

이정수는 우승 원동력에 대해 선배 이호석의 중반 스퍼트를 손꼽았다.

그는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경기가 아니어서 처음에 당황을 많이 했다"라며 "이호석이 스퍼트를 시작하면서 다른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많았다.

이호석을 잡으려고 다른 나라 선수들이 함께 나가는 사이에 내가 나갈 틈이 생겼다"라며 "이호석 덕분에 신체적 접촉이 없이 나도 앞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 선수단에 1호 금메달을 안겨줬지만 스피드스케이팅의 '금메달 릴레이'로 비중이 조금 낮아졌다는 평가에 대해 "원래 성격이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솔직히 '카메라 울렁증'이 있다.

카메라를 보면 어지러워져서 싫다"라며 "하지만 오늘은 기분이 좋다"라고 웃음을 지었다.

이정수는 특히 막판 이호석과 금메달 경쟁을 펼친 부분 역시 "부담스럽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이 레이스를 펼쳤다"라고 덧붙였다.

(밴쿠버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