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 기아차 그룹 소속 스포츠 구단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시즌을 마감한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에서 KIA 타이거즈와 전북 현대가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가 16일 원정 최다연승인 11승을 기록하며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것.현대 · 기아차 그룹 스포츠팀이 잘나가는 것은 실적 호조세를 타고 있는 모기업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데다 각 팀 감독의 스마트 리더십이 어우러진 결과다.

◆경영진의 간섭이 아닌 관심

얼마 전 KIA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축하하는 모임에서 KIA의 실질적 구단주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선수단에 90도로 인사해 화제가 됐다. 정 부회장은 이날 '지원'이라는 단어를 세 번이나 말했다. 그는 "건강하고 즐겁게 야구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버팀목이 되겠다"고 인사를 마무리했다. 기아차는 매월 '타이거즈 데이'를 지정,직원들의 단체 응원을 독려해 KIA 타이거즈에 힘을 실어줬고 경영진도 서울 잠실 경기는 대부분 관람해 선수단을 격려한 것으로 유명하다. 서영종 기아차 사장이 야구단 구단주를 겸임하면서 적극적으로 후원한 것도 KIA 타이거즈만의 특징이다. 농구단도 모비스의 정석수 사장이 구단주를 겸임하고 있다.

특히 정 사장은 서울,경기 지역에서 경기가 열리면 해외 출장이 없는 경우에는 항상 직원들과 경기장을 찾는다. 경기 승패와 관계없이 게임이 끝나면 선수들이 정리하고 몸을 씻고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선수,코치진 한 명 한 명과 악수하며 격려한다. 이렇게 현대 · 기아차 그룹 경영진은 애정어린 관심을 가지면서도 게임 운영에는 간섭하지 않는다.

◆믿음의 리더십


KIA 타이거즈의 최희섭,전북 현대의 이동국,울산 모비스의 박종천.모두 한물갔거나 은퇴 얘기가 나오던 선수들이지만 올해 펄펄 날았다. 최희섭은 홈런 2위 등을 기록하며 4번 타자 역할을 톡톡히 했고 이동국은 K리그 득점왕으로 거듭났다. 박종천은 올해 6월 삼성에서 방출됐지만 9일 전자랜드전에서 개인 최다 17점을 올리는 등 '해결사'로 불리고 있다. 이는 조범현 KIA 타이거즈 감독,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의 '믿음의 리더십' 덕분이라는 평가다.

조 감독은 '흑진주' 김상현을 한국을 대표하는 거포로 만들었고 최 감독은 별명이'재활공장장'일 정도로 선수들이 최적의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기다려줬다. 모비스는 2m가 넘는 장신 선수가 한 명도 없는 데다 양동근(6위 · 3억9000만원)이 연봉 랭킹 20위 안에 든 유일한 선수지만 유 감독은 우지원,김효범 등을 적재적소에 투입해 선두 견인차 역할을 맡기고 있다.

◆기복이 적은 경기 운영


전북 현대는 올 시즌 28경기를 치르면서 2연패를 두 번밖에 당하지 않았다. 그만큼 공수의 전력이 안정됐고 기복이 없다는 얘기다. KIA 타이거즈도 마찬가지다. 9월 5연패를 당한 것을 제외하고 같은 팀과의 3연전에서 전패는 한 번뿐이다. 보통 3연전에서 2승1패만 해도 성공이라 하는데 올해 40여번의 3연전에서 2승1패 이상을 20회 넘게 기록했다. 이는 철벽 마운드 덕이다. 팀 타율은 8개 구단 중 꼴찌지만 방어율은 3.92로 SK(3.67) 다음으로 낮다. 울산 모비스도 이번 시즌 최다 연패 기록이 10개 구단 중 제일 적은 2연패에 불과하다. 경기당 실점도 76.7점으로 동부(76)에 이어 2위다. 블록 슛도 한 경기당 제일 많은 4개로 탄탄한 수비력을 자랑한다. 2005~2006시즌,2006~2007시즌에도 수비 1위를 바탕으로 정규 리그 1위를 차지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