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브리티시오픈에서 '노장' 톰 왓슨(60)을 물리치고 정상에 오른 스튜어트 싱크(36)는 지난해 3월 미국PGA투어 취리히클래식에서 난데없는 실격을 당했다. 드라이버샷이 페어웨이 벙커 옆에 멈춰 다음 샷을 하기 위해서는 스탠스를 벙커에서 취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샷을 한 뒤 그의 캐디가 벙커를 정리했는데 그린에 다가가니 볼이 그린 사이드 벙커에 들어가 있었다.

골프규칙(13-4)은 '벙커 안에 있는 볼을 치기 전에 그 벙커 또는 다른 비슷한 벙커를 테스트해서는 안된다'고 규정돼 있다. 캐디는 그 조항을 위반한 것.그런데도 싱크는 2벌타를 가산하지 않은 채 스코어카드를 제출함으로써 '스코어 오기'로 실격당한 것이다.

내년부터는 싱크같은 사례로 벌타를 받는 일이 없게 됐다. 볼과 관계없는 벙커는 단순히 정리목적이라면 치기 전이라도 고를 수 있도록 됐기 때문이다. 골프규칙을 관장하는 미국골프협회와 영국왕립골프협회는 2010~2011년 적용될 '골프규칙 재정 주요 변경내용'을 발표했다.

골프규칙은 4년마다 개정보완되지만,세부적 판례를 담은 재정은 2년마다 개정보완된다. 두 기구는 이번에 재정세칙 28개를 추가했고,51개는 개정했으며,1개는 폐지했다. 주요 내용을 간추린다.

◆추가된 세칙

클럽페이스에 파는 '그루브'(홈)의 깊이와 폭을 제한한 것이 눈에 띈다. 내년부터 모든 공식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두 기구가 마련한 기준에 적합한 그루브의 클럽을 갖고 나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웨지의 경우 지금처럼 많은 스핀을 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반할 경우 홀당 2벌타,1라운드에 최고 4벌타를 받는다.

또 그린에서 집어올린 후 리플레이스한 볼이 굴러서 그린에 놓여있는 동반자의 볼을 맞힐 경우 벌타가 없는 것으로 명시했다. 종전까지는 이 조항에 대한 세칙이 없어 판정에 혼란을 겪어왔다. 일반적으로 두 볼이 그린에 있을 경우 친 사람의 볼이 멈춰있는 다른 볼을 맞힐 경우 친 사람에게 2벌타가 주어진다. 그러나 리플레이스한 볼이 바람 경사 등에 의해 움직여 동반자의 볼을 맞힐 경우 '스트로크'한 것이 아니므로 벌타가 없는 것으로 못을 박았다.

디보트(뜯긴 잔디) 자국에서는 벌타없이 구제받을 수 있는 로컬룰을 제정할 수 없도록 했다. 디보트 자국에서 구제를 받도록 하는 것은 '볼은 있는 그대로 플레이해야 한다'는 골프의 기본(규칙 13-1)을 거스르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개정된 세칙

퍼트선상의 '루스 임페디먼트'(낙엽 · 모래 등)는 손 · 클럽 · 수건 등으로 치울 수 있다. 이때 그린을 눌러서는 안된다. 그런데 퍼트선상의 모래가 잘 치워지지 않아 손바닥으로 여러차례 모래를 쓸어내면 지금까지는 '정도 이상'이라고 하여 2벌타(규칙 16-1a)를 받았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아무것도 누르지 않았고 그린을 테스트할 의사가 없었다면 그린이 문질러질 때까지 쓸어내도 상관없다.

또 그린에서 선수가 집어올린 볼을 캐디가 놓을 경우 '인플레이 볼'로 보지 않는다. 그 볼을 플레이하면 선수에게 불이익이 가해진다.

새 재정에서는 이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먼저 캐디가 인플레이로 할 의사를 갖지 않고 놓았을 경우 그 볼을 선수가 플레이하면 '오구 플레이'(규칙 15-3)로 선수에게 2벌타가 주어지고,캐디가 인플레이로 할 의사를 갖고 놓은 볼을 선수가 플레이할 경우 선수에게 3벌타(오소 플레이 2벌타+허용되지 않은 사람이 리플레이스한 1벌타)가 부과된다. 선수가 마크하고 집어든 볼은 반드시 선수가 리플레이스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조항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