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 허정무 감독은 다음 달 유럽 원정 친선경기 때까지는 해외파를 중점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혀왔다.

허 감독은 이번 세네갈과 친선경기를 위해 소집한 23명의 선수 중 11명을 해외파로 채웠다.

지난달 호주와 평가전(10명)에 이어 2경기 연속 두자릿수의 해외파를 불렀다.

그리고 14일 열린 세네갈과 경기에서 김동진(제니트)을 제외하고 10명에게 그라운드를 밟을 기회를 주며 몸 상태와 호흡을 점검했다.

대표팀은 박주영(모나코)-이근호(이와타) 투톱을 내세운 4-4-2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좌, 우 날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인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볼턴), 중앙 미드필더는 국내파인 기성용(서울)과 김정우(성남)를 먼저 내보냈다.

포백 수비진은 왼쪽부터 이영표(알 힐랄)-이정수(교토)-조용형(제주)-차두리(프라이부르크)로 구성했다.

골문은 변함없이 맏형 이운재(수원)가 지켰다.

허 감독은 후반 시작하며 일명 `박지성 시프트'를 가동했다.

이근호를 빼고 설기현(풀럼)을 투입해 왼쪽 윙포워드로 배치하고, 박주영을 원톱을 세운 4-2-3-1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줬다.

박지성은 박주영 밑에 처진 스트라이커 겸 공격형 미드필더로 옮겨 중원 사령관의 임무를 맡겼다.

중앙 미드필더는 김남일(고베)과 조원희(위건)로 바꿨다.

그리고 후반 29분 박주영을 빼고 윙포워드 염기훈(울산)을 내보내면서 설기현을 원톱으로 올렸다.

이후 차두리를 빼고 오범석(울산)을 투입했고, 이청용 대신 고요한(서울)을 넣어 A매치 데뷔 기회를 줬다.

4-2-3-1 포메이션은 그대로 유지했다.

득점은 모두 K-리거의 발끝에서 나왔지만, 전반 내내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이근호 정도를 제외하고 이날 해외파들의 플레이는 합격점을 줄 만했다.

조영증 대한축구협회 기술교육국장은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는 경기 운영이었다"고 평가했다.

일단 미드필드에서 볼 배급이나 공을 잡았을 때 머뭇거리지 않고 스피드를 활용해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후반 들어 수비에서 불안한 장면을 몇 차례 보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공수 밸런스나 유기적인 플레이는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만했다.

특히 물오른 슈팅 감각과 재치있게 공격을 만들어가는 움직임을 보여준 박주영이나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이청용의 모습을 보는 것은 축구팬들로서는 즐거운 일이었다.

최근 A매치에서 2경기 연속골을 넣었고 입국 전 소속팀에서도 골맛을 보는 등 득점 감각이 절정에 올라 있는 박주영은 전반 27분 오른발로 감아 찬 프리킥이 골대를 맞고 나오고 후반 22분에는 아크 정면에서 날린 왼발슛이 골키퍼 발에 걸리는 등 아쉽게 골망을 흔들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는 스물한 살의 이청용도 이날 허정무호가 뽑은 두 골 모두를 도우며 왜 그가 `축구종가' 잉글랜드에서 뛰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수비수로 변신해 제2의 축구인생을 연 차두리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2006년 10월 가나와 평가전 이후 3년 만에 대표팀에 다시 뽑힌 차두리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물론 측면 공격수와 호흡이 다소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오랜만에 손발을 맞춰본 점을 고려하면 이날 차두리의 플레이는 무난했다는 반응이다.

시야도 넓어졌고 무엇보다 자신감에 넘쳤다.

전문가들은 차두리가 대표팀 내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오범석 등 기존 풀백 자원들과 경쟁이 가져올 시너지 효과도 기대했다.

김대길 KBS N 해설위원은 "공격 가담 타이밍이나 패스의 질 등이 예전보다 좋아졌다.

수비에서도 몸싸움에 능하고 방어도 좋은 편이었다"고 말했다.

차두리는 경기 내내 팬들의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았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