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 히포' 현주엽(34)이 계약 기간을 1년 남기고 은퇴를 결정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한국 농구사에 남을 파워 포워드로 코트를 호령했던 현주엽이 예상보다 일찍 코트를 떠나기로 한 데는 역시 고질인 무릎 부상 탓이 컸다.

195㎝에 100㎏이 넘는 체구로 골밑을 지배한 현주엽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릎에 부담이 많이 가면서 상무 시절인 2002년에 왼쪽 무릎 연골 수술을 받았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도 아픈 무릎을 이끌고 중국과 결승전에서 승부를 연장으로 넘기는 값진 골밑슛을 넣기도 했지만 이후에도 거의 시즌이 끝날 때마다 무릎에 칼을 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그의 무릎은 성할 날이 없었다.

수술대 위에 눕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또 세월이 흐를수록 현주엽의 기량이 예전에 비해 조금씩 뒤처진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릎에 부담을 줄이기 위해 10㎏ 이상 몸무게를 줄이며 변화를 꾀해보기도 했고 활동 영역을 외곽으로 넓히며 몸싸움이 치열한 골밑에 머무는 시간을 줄여보기도 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2007년 봄에도 왼쪽 무릎 수술을 받았던 현주엽은 지난 5월 무릎 수술을 또 받아 11월 이후 합류를 목표로 재활 치료 중이었다.

강을준 LG 감독은 현주엽의 복귀까지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시즌이 끝난 뒤 골밑 요원들인 이창수, 백인선을 영입했고 귀화 혼혈 선수 드래프트에서 선발한 그렉 스티븐슨에게도 어느 정도 역할을 기대했다.

팀 구성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자 강을준 감독은 "현주엽이 복귀를 한다면 순위 싸움이 한창인 12월 이후인데 그때 선수단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현주엽의 가세에 조심스런 입장으로 돌아섰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현주엽은 지난달부터 은퇴 여부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복귀를 해서 예전 전성기에 버금가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지가 현주엽 입장에서는 가장 큰 문제였다.

5월에 수술을 받은 것은 당연히 다음 시즌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기 때문에 선수 생활 지속에 미련을 두기도 했으나 결국 20년 넘게 땀방울을 쏟았던 코트와 이별하고 은퇴와 지도자 연수를 택하기로 했다.

한 관계자는 "(현)주엽이가 자존심이 굉장히 세다.

지는 것을 누구보다 싫어하고 특히 골밑 돌파를 하다가 밖으로 빼주는 플레이를 자주 하는데 사실 이것도 돌파에 실패하거나 블록슛 당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아서인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누적된 무릎 부상과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남기고 싶어하는 현주엽의 자존심이 계약 기간이 1년 남았음에도 은퇴를 결정하게 된 계기가 된 셈이다.

사실 현주엽은 농구 센스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평을 들어왔다.

현역 시절 파워와 개인기, 농구 감각을 두루 갖춘 선수로 각광받았던 현주엽이 언제 다시 지도자로 변신해 팬들에게 돌아올지 기대가 크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