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투수 윤석민(KIA)이 7회 초 마운드를 내려가자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을 채운 모든 관중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짠 물 투구'로 '광주댐'이라는 별명이 붙은 KIA 타이거즈의 오른손 에이스 윤석민이 국제무대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 순간이었다.

윤석민은 22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베네수엘라와 준결승에서 미겔 카브레라 등 메이저리그를 주름잡는 강타선을 상대로 6⅓이닝 동안 산발 7안타 2실점으로 봉쇄하면서 승리투수가 됐다.

윤석민은 체인지업, 슬라이더, 낙차 큰 커브 등을 자유자재로 뿌렸고 시속 150㎞의 빠른 볼을 앞세워 준 메이저리그 올스타라는 베네수엘라 강타자들을 마음대로 요리했다.

윤석민은 이날 25타자를 상대로 땅볼 12개, 뜬공 2개로 상대타자를 농락했다.

솔로 홈런을 포함해 산발 7안타에 볼넷 하나로 2점만 내줬으며 삼진도 4개나 뽑아냈다.

베네수엘라 선발투수였던 카를로스 실바(시애틀)가 이날 이전 2경기에 등판해 11이닝 동안 1점만 허용했지만 이날 추신수와 김태균에 홈런을 맞으면서 2회 초 7실점 후 조기 강판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빛나는 투구였다.

윤석민은 이날 100개에 가까운 공을 던지면서 7회 초까지 막아주면서 24일 열리는 결승전에 대비해 투수들을 아낄 수 있도록 해주었다.

대표팀은 윤석민 이외에는 모든 투수가 결승에 나올 수 있게 됐다.

윤석민은 1,2라운드 7경기에서 6승1패를 거뒀고 팀 타율 0.309를 기록한 강타선의 베네수엘라 공격을 꽁꽁 묶었다.

윤석민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는 공격적인 피칭으로 경기 초반부터 타자를 압도했다.

96개 공 중 60개가 스트라이크였을 정도로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았다.

초구 스트라이크로 불리한 볼 카운트에 몰린 상대 타자들은 내야 땅볼이나 외야 뜬공으로 맥없이 타석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삼진 2개로 1회를 넘긴 윤석민은 2회에도 땅볼 3개로 베네수엘라 타선을 잠재웠다.

3회 1사 후 연속 3안타를 맞으면서 1타점을 허용했지만, 나머지 타자 2명을 땅볼로 처리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윤석민은 이후 7회 말 선두 타자 카를로스 기옌에게 솔로 홈런을 맞고 볼넷 하나를 내주면서 10-2로 앞선 상황에서 정대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후 류현진, 정현욱, 임창용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대표팀은 베네수엘라를 10-2로 이기고 결승에 진출했다.

지난 시즌 KIA 에이스로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3의 빼어난 활약을 펼친 윤석민은 이번 대회 1라운드 중국과 패자부활전에 선발 등판한 것을 비롯해 3경기에서 9⅔이닝 동안 6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