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축구사에서 '사우디 징크스'가 깨끗하게 사라졌다.

북한은 11일 사우디아라비아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 홈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북한은 지난 1982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와 2-2로 비긴 이후 시작된 사우디아라비아와 26년 2개월여에 걸친 무승 기록(3무3패)을 날려버렸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지난해 11월 최종예선 3차전 원정경기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2-0으로 완승하면서 19년간에 걸쳐 3무3패의 지루했던 '사우디 징크스'를 끝낸 터라 이번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은 남북 축구사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기록되게 됐다.

북한이 사우디아라비아를 꺾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동력을 앞세운 김정훈 감독의 전략도 주효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이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기 어려운 쌀쌀한 날씨와 7만여 명에 이르는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평양의 기온은 아침 최저기온 0도에서 낮 최고 11도였다.

경기가 오후 3시에 펼쳐져 북한 선수들에게는 경기하기 적당한 온도였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에게는 쌀쌀하기만 했다.

이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은 장갑과 목도리로 칭칭 동여매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북한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치렀던 지난 여섯 차례 경기를 되짚어보면 기후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에게 유리했던 싱가포르와 카타르, 말레이시아, 인도에서 비기거나 패했다.

북한은 지난 1990년 1월10일 한겨울의 중국 베이징에서 치러진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에서는 0-0으로 비긴 이후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겼지만, 공식기록상으로는 무승부로 처리됐다.

한편 북한은 이날 승리로 2승1무1패를 기록했고, 오는 11일 B조 최하위인 아랍에미리트연합(1무3패)을 홈으로 불러들여 5차전을 치르는 만큼 2연승이 예상돼 사상 최초로 남북 동반 월드컵 본선 진출의 청신호를 켜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