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이 꺼진 무대. 3천600여 명의 팬들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가운데 검은 의상의 김연아(18.군포 수리고)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아이스링크에 등장했다.

곧이어 부드럽지만 강한 린다 에더의 목소리가 경기장에 퍼지고 김연아는 가벼운 스케이팅으로 얼음판 위를 질주했다.

피겨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김연아의 새로운 갈라쇼 프로그램 '골드(Gold)'가 첫선을 보이는 순간이었다.

2008-2009 SBS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을 빛냈던 주니어와 시니어 메달리스트들은 14일 오후 고양시 덕양구 고양어울림누리 얼음마루 빙상장에서 대회 기간에 뜨거운 열기로 응원을 해준 국내 피겨팬을 위한 갈라쇼를 펼쳤다.

역시 팬들의 관심은 시니어 여자싱글 은메달리스트 김연아에게 집중됐다.

갈라쇼 2부 6번째 순서로 나선 김연아는 은빛 보석으로 장식한 검은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나섰다.

이윽고 붉은 조명 아래서 연기를 시작한 김연아는 가볍게 트리플 살코를 뛰고 나서 연이어 더블 악셀로 큰 박수를 이끌었다.

다음 순서는 김연아의 장기 중 하나인 이너바우어. 허리를 뒤로 크게 젖히고 얼음 위를 활주한 김연아는 더블 악셀을 한 차례 더 하고 나서 비엘만 스핀과 레이백 스핀으로 3분의 '골드' 연기를 마쳤다.

김연아와 더불어 관심을 모은 또 한 명의 선수는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 아사다 마오(18). 그는 영화 '여인의 향기'에 삽입돼 친숙해진 탱고 '포르 우나 카베사'에 맞춰 정렬의 연기를 펼쳤고, 앙코르에서는 프리스케이팅 배경음악인 '가면무도회'에 맞춰 멋진 스텝 연기와 스핀으로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고, 갈라쇼 참가 선수 소개의 순서에서 마지막 절정은 김연아가 맡았다.

모든 선수들의 이름이 호명되고 김연아의 이름이 최종적으로 장내에 울리자 김연아는 이너바우어와 카멜스핀의 변형인 소위 '유나 카멜'에 이어 스핀 연기로 팬들의 성원에 화답했다.

(고양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