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단 = "방심하면 큰 일 납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금메달을 노리는 '마린보이' 박태환(19.단국대)을 전담지도했던 박석기 전 수영대표팀 감독이 제자의 우승 라이벌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박석기 감독은 7일 오후 올림픽수영장인 국가아쿠아틱센터(워터큐브)에서 박태환의 훈련을 지켜보던 중 취재진과 만나 "라이벌들의 기록이 좋다.

방심하면 큰 일 난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지난해 초 박태환이 태릉선수촌을 나와 전담팀을 꾸리면서 코치를 맡아 그 해 3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끌었던 인물.
하지만 작년 말 전담팀 내부의 문제로 선수와 갈라선 박석기 감독은 한 방송사 해설위원이 돼 이번 올림픽에 간접적으로 참가한다.

박 감독은 "4월 동아수영대회에서 혼자 뛰어 아시아기록이 났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왔다는 증거다.

훈련도 열심히 했다고 하니 금메달을 믿고 있지만 라이벌들의 기록이 너무 좋다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그가 꼽은 대표적인 라이벌은 그랜트 해켓(호주)과 피터 밴더케이(미국).
박 감독은 이들의 1,500m 기록이 잘 나온 것에 대해 우려를 내비쳤다.

자유형 400m를 잘하기 위해서는 1,500m 훈련이 제대로 돼 있어야 한다는 지론이다.

박태환이 2006년 말 도하아시안게임에서 14분55초03으로 우승한 이후 기록 경신을 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밴더케이는 지난달 낸 14분45초54로 올해 랭킹 1위이고, 해켓도 지난 3월 14분48초65로 박태환의 기록을 넘어섰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800m 쇼트코스에서 자신의 세계기록까지 갈아치웠다.

박석기 감독은 "이들의 1,500m 기록이 좋다는 것은 그만큼 400m에 대한 준비가 잘 돼 있다는 증거"라며 "세계기록을 목표로 훈련을 했다니 반드시 금메달을 딸 것으로 믿고 있지만 경쟁자들이 만만치 않아 걱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4월 이후 실전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것도 문제다.

혹여나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을 수도 있다.

태릉선수촌에서 대표선수끼리라도 실전처럼 레이스를 펼쳐봤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석기 감독은 레이스 전략에 대해서는 "세계선수권대회 때 했던 막판 따라잡기 전술로는 안된다.

당시에는 해켓이 몸이 안 좋은 상황이어서 막판에 우리가 치고 나가자 따라오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라며 "초반부터 같이 가야 한다.

마지막에 튀어나가는 것은 박태환의 능력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전 훈련 선수촌에서 휴식을 취했던 박태환은 오후에 3천m 가량을 헤엄치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박태환을 비롯한 수영대표팀은 훈련을 마치고 대한체육회가 베이징 시내 한국인 밀집지역인 왕징에 마련한 대표선수 휴식 공간으로 이동, 한식으로 저녁식사를 하며 기분을 전환했다.

(베이징=연합뉴스)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