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션별 최고 선수를 뽑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끝으로 한국프로야구가 2007년을 공식적으로 매듭 지은 가운데 두산 베어스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35)가 투수 부문 황금장갑을 마침내 차지하며 한국 무대를 평정했다.

역대 25차례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당해 년도 최우수선수(MVP)가 황금 장갑을 끼지 못한 경우는 박철순(1982년)과 타이론 우즈(1998년) 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리오스의 수상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
리오스는 총 유효 투표수 397표 중 320표를 얻어 80.6%라는 높은 득표율로 여유 있게 황금장갑을 품에 안았다.

4년 연속 200이닝 이상을 돌파한 강한 어깨를 앞세워 22승5패, 평균자책점 2.07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적을 남긴 리오스는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데 이어 투수 최고 영예라는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하면서 한국에서 받을 수 있는 상은 다 받았다.

2002년 KIA 유니폼을 입고 한국 땅을 밟은 뒤 '몬스터 시즌'을 보낸 그가 과연 내년에도 한국에 남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선동열, 이승엽 등 한국 최고 선수들은 일본으로 진출할 때 "한국에서 다 이뤘기에 새롭게 도전하고 싶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좁은 무대를 떠나 인기도 많고 기량 높은 선수들이 훨씬 많은 일본에서 자신을 시험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한국 마운드를 평정한 리오스도 비슷한 도전을 할만 하다.

과감한 몸쪽 승부와 안정된 제구력, 강한 승부 근성을 앞세워 리오스는 6년간 한국에서 90승(59패)을 거뒀고 3.01의 안정된 방어율을 자랑했다.

한국 타자들의 장단점을 훤히 꿰뚫고 있기에 두산에 남더라도 평균 14승 이상을 충분히 해줄 수 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도전보다 안정된 환경에서 꾸준히 일정한 수입을 매만지고 싶다면 두산 잔류를 택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30대 중반에 접어든 리오스가 어느 선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코리안드림'을 이룬 리오스가 거액을 벌 수 있는 기회도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올해 거둔 대성공은 일본 진출을 위한 좋은 발판이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지난해 한국에서 같이 뛰었을 때 뒤질 게 없었던 세스 그레이싱어가 올해 일본프로야구에서 16승이나 올리며 다승왕을 차지한 것도 리오스의 마음을 갈팡질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리오스는 "아직까지 거취를 말할 수 없다"며 마지막까지 고민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날 김진 사장, 리오스와 점심 식사를 같이한 두산 김태룡 운영홍보부장도 "이미 상당한 액수를 제시했는데 도무지 리오스 쪽에서 답을 주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리오스가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지 궁금해진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