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출구가 막혔다. 월드컵 4강의 기적을 일군 '폭주기관차' 한국축구가 또 한번 약팀 징크스의 악령에 사로잡혀 아시아 지존에서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31일(한국시간) 원정경기로 열린2006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7조리그 2차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2위의 약체 몰디브와 0-0 무승부를 기록하는 치욕을 맛봤다. 30℃를 웃돈 날씨에 더위를 먹은 듯 '태극전사'들의 플레이는 근래 보기드문 졸전 그 자체였다. '코엘류호'는 지난해 오만에서 열린 2004아시안컵 예선에서 몇 수 아래로 여겼던 오만과 베트남에 연패, 축구팬들에게 견디기 힘든 충격을 던져준 데 이어 동아시아축구선수권에서도 부진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했었다. 새해 들어 오만과의 평가전에서 통쾌한 복수극을 연출하고 레바논과의 월드컵예선 첫 경기에서 2-0 낙승을 거두면서 코엘류호는 심기일전하는 듯 했다. 이에 코엘류 감독은 "시행착오를 통해 한국축구를 완전히 파악한 만큼 올해에는색깔을 보여주겠다"며 별렀고 '포지션 경쟁카드'를 꺼내 태극전사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등 전력 향상을 꾀했다. 따라서 한국축구는 지난날의 아픈 기억을 털고 탄탄대로를 달릴 것 같았지만 입먼 몰디브전을 통해 변한 것이 전혀 없음을 스스로 보여주고 말았다. 아시아권 최약체나 다름없는 몰디브와 맞서 시종 공격의 주도권을 쥐고도 골 결정력 부족은 물론 슈팅 타이밍을 놓치거나 상대의 악착같은 저지를 뚫지 못하는 등답답한 시간만 보냈다. 안정환(요코하마)과 김남일(전남) 등 선수들은 현지 출국에 앞서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았고 코엘류 감독도 "방심은 적"이라며 출사표를 던졌지만 모두 허사였다. 무더위속에서 각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기는 했지만 일부는 편파성 짙은 심판판정에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기도 했고 월드컵 본선 당시의 강한 압박 등 악착같은모습을 좀체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만, 베트남전과 달리 월드컵 태극전사들이 상당수 포진했는데도 졸전을 보인것 자체가 크나 큰 충격이었다. 따라서 한국축구가 모든 면에서 대수술을 하지 않고서는 월드컵 6회 연속 본선진출과 함께 다가오는 아시안컵 우승은 소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발등 부상으로 몰디브전 전력에서 제외된 차두리(프랑크푸르트)가 최근 "월드컵4강은 어제 내린 눈과 같다"며 새출발을 강조하거나 유상철(요코하마)이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후배들이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고 충고한 것이 새삼 되새겨야할시점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재천기자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