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이 유력했던 남자 펜싱 에페 단체팀이 지난 94년의 악몽을 되풀이하고 있다. 남자 펜싱 에페는 지난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을 2개월 가량 앞두고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3위에 올라 세계대회 첫 입상이라는 기록을 남기며 사기가 충천했다. 당시 입상자들은 구교동(울산시청), 이상기(익산시청), 윤원진(동양시멘트), 이상엽(부산시체육회) 등 최강 멤버들로 구성됐다. 때문에 히로시마 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 획득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됐으나 4강에서 강호 중국을 만나 패하는 바람에 동메달에 그치고 말았다. 이번에도 남자 에페는 지난 8월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에서 구교동이 3위에 오른데 이어 단체전에서도 동메달을 획득, 홈그라운드에서 열리는 부산 대회에서는 당연히 우승할 것으로 기대됐다. 단체전 멤버는 히로시마 때의 구교동, 이상엽에 양뢰성(익산시청), 김정관(울산시청)이 새롭게 가세해 역시 최강을 자랑했다. 그러나 4강까지 순항한 남자 에페 단체팀은 복병 카자흐스탄을 만나 고전을 면치 못하다 1점을 먼저 따면 승부가 결정되는 `서드데스'방식의 연장에서 패하고 3-4위전으로 밀려 동메달에 그치고 말았다. 8년전 악몽이 그대로 되풀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코칭스태프는 남자 에페가 첫날 메달사냥에 실패한 후 자칫 94년도의전철을 밟을지 모른다며 각별히 각오를 다졌으나 플뢰레와 사브르 등 다른 종목에서금메달이 쏟아지자 선수들이 심리적 부담을 느껴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dae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