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치즈가 싸운다(?) 오는 29일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3.4위전을 벌일 한국과 터키의 대결은 호사가들로부터 일견 '김치와 치즈의 대결'로도 비유되고 있다. 김치는 한국의 대표 음식이고 치즈 역시 터키인들의 밥상에서 빠져서는 안될 필수 먹거리. 분위기와 맛이 전혀 다르지만 사진기 앞에서 포즈를 취할 때 발음하는 음식의 이름이며 발효 음식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한국 4강 진출의 원동력이 된 강한 체력의 밑바탕이 바로 김치였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터키팀의 경우는 자국 언론들로부터 아예 '치즈 괴물(Cheese Monster)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외신들에 따르면 터키 선수들이 출국 이후 지금까지 소비한 치즈의 양은 덩어리로 된 페타 치즈 약 590㎏과 얇게 썬 체다 치즈 약 454㎏을 합해 무려 1.044톤. 치즈는 모두 자국에서 공수해온 것으로 파스타, 콩, 쌀 등과 함께 조리해 먹는게 일반적이라고 터키팀 전속 요리사는 설명했다. 한국팀의 김치 사랑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서 합숙할 때와는 달리 대회 기간 숙소를 계속 옮기면서 얼마나 많은 양의 김치가 소비됐는지 파악하기 힘들지만 '자극성 있는 음식은 피하라'는 식단 원칙 하에서도 김치는 한번도 빠지지 않았다. 자극이 강한 음식은 갈증을 유발하고 컨디션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김치 역시 피해야 할 음식 중 하나였지만, 만일의 금단현상(?)도 고려해야 했던 대표팀 영양사의 고민은 '표고 김치'라는 신개발품을 탄생시켰다. 평소 먹는 김치보다 고춧가루를 덜 넣고 표고버섯을 집어넣어 만든 표고 김치는 선수들의 입맛을 달래주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한국의 4강 진출과 무관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번 월드컵에서 더욱 세계적인 음식으로 발돋움한 김치의 영양학적 우수성이 '치즈 괴물'과 맞붙는 태극전사들을 통해 발현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