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아트 사커'가 끝내 몰락했다. 프랑스는 11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A조 마지막 경기에서 부상 중이었던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 지네딘 지단까지 내보내며 총력전을 펼쳤으나 0-2로 완패,16강 진출 꿈을 접었다. 98년 대회 우승국으로 이번 대회에도 일찌감치 '우승후보 1순위'로 꼽혀온 프랑스가 단 1점도 뽑지 못한 채 예선 탈락한 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변이다. 프랑스의 탈락은 지단의 부상이 1차적 원인이었다. 지단이 빠진 상태에서 치른 세네갈전과 우루과이전에서 프랑스는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예술축구 특유의 조직력과 세기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달 26일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왼쪽 대퇴사두근 파열이라는 부상을 당한 지단은 이날 경기에서 부상 부위에 압박붕대를 감고 출장,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불꽃 투혼을 발휘했으나 혼자의 힘으로 '몰락하는 왕국'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지단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프랑스가 조별리그조차 통과하지 못할 정도의 팀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트리플 크라운'달성 이후 해이해진 프랑스팀의 정신력을 탈락 배경으로 지목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프랑스는 98월드컵 우승 후 2000년 유로선수권 우승,2001컨페드컵 우승 등을 일궈내며 지난해 5월 브라질을 밀어내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에 올라 아트 사커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이탈리아 세리에A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인 다비드 트레제게와 티에리 앙리,철벽 수비를 자랑하는 마르셀 드자이와 릴리앙 튀랑이라는 걸출한 스타들도 '프랑스 왕국'의 든든한 파수꾼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호화군단의 프랑스 선수들이 잇따라 우승트로피를 휩쓸면서 자신도 모르게 자만심에 빠졌다는 것이다. 월드컵 직전에 열리는 몇 차례 평가전에서 '붕괴'의 징후가 나타났으나 로제 르메르 감독은 번번이 이를 무시했다. 이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예선리그 탈락이라는 처참한 결과로 나타나고 말았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