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팀이 코스타리카와 월드컵축구 첫 경기를 펼친 4일 오후 중국 전역에서는 수억명의 중국인들이 TV 실황 중계를 통해 이 경기를 지켜보았으며 전반 0-0으로 비기는 등 잘 싸우다 후반 0-2로 아쉽게 패하자 곳곳에서 아쉬움과 탄식의 소리가 터져나왔다. 중국에서는 축구가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데 이날 패배후 대부분의 축구팬들은 중국팀이 실력은 약간 달렸으나 그래도 잘 싸웠다는 반응들이 다수였다. 베이징(北京)시내 가구점에 근무하는 청자신(29)은 "나는 비기기를 바랬는데 잘싸우다 져서 정말 아쉽다. 중국이 앞으로 계속 분투하기를 바란다. 우리 나라가 축구 강국은 아니지 않은가"고 스스로 위로했다. 또 과일상을 하는 가오제(22)는 "우리 선수들의 실력이 특별히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오늘 보니 정말 잘 했다. 중국이 월드컵 본선에 사상 처음 출전했다는 자체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이날이 지난 89년 6월4일 발생한 6.4 톈안먼(天安門)사태 13주년이어서 곳곳에서 경계와 보안을 강화했으며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가택 연금과 미행을 계속했다. 이날 톈안먼광장에서는 최소한 20대 이상의 공안 차량들과 정.사복 공안 요원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근무를 했으며 공안 차량 4-5대는 광장 주변을 계속움직이며 관광객들과 사람들의 동향을 감시했다. 광장 곳곳에서는 시위자들을 적발하기 위해 비디오 녹화가 실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크고 작은 공원과 작은 광장들에도 대형 TV 스크린들이 설치됐으며 톈안먼광장과 마찬가지로 이들 지역에 대한 공안과 보안 요원들의 감시가 강화됐다. 다수의 직장과 학교들이 축구를 볼 수 있도록 이날 오후 휴무 또는 휴교를 했으며 베이징대학내에는 1천명 이상의 대학생들이 모여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지켜보다가 후반에 너무 쉽게 잇따라 2골을 먹자 탄식의 소리가 터져나왔다. 거리 곳곳과 상가, 식당, 술집 등에 설치된 TV앞에는 직장이나 학교가 쉼에 따라 몰려든 사람들로 가득 찼다. 근무를 한 일부 직장들도 이날 축구가 열리는 시간에는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허용했다. 베이징 제4중학은 이날 휴교는 하지 않았으나 경기가 열린 오후 수업 시간에 축구를 보도록 허용했는데 학교측은 "이 경기는 학생들에게 애국적인 사상을 가르칠수 있었다. 국가의 큰 행사이기때문에 학생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베이징시내의 명동격인 최번화가 왕푸징 거리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관광객과 쇼핑객 200여명이 모여 대형 TV 스크린을 통해 축구 경기를 지켜보았다. 택시기사 우정산은 돈을 벌려고 택시를 몰아야 했기때문에 라디오를 통해 축구 경기를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베이징시 거리는 평소때보다 훨씬 한산하고 차량은 물론 평소 너무나 많던 자전거 행렬도 현저히 줄어들어 축구가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임을 입증했다. 베이징의 롄화츠(蓮花池)공원에는 3개의 대형 TV 스크린이 세워져 있었으며 공짜 맥주에 오락 프로와 상품과 상금도 마련돼 있었다. 이 공원의 한 관계자는 "경비가 몹시 강화됐는데 중국이 첫 경기를 가진데다 톈안먼 13주년이기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 온 사람들은 축구팬들이어서 말썽을 일으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베이징=연합뉴스)이상민특파원 smlee@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