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와 개구리 몇 마리가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환경호르몬이 국내 생태계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환경호르몬은 방부제 도료 플라스틱 등 일부 고분자 화합물이나 화학 물질에서 배출되는 내분비계 장애물질이다.

다이옥신 비스페놀 프탈레이트류 헥사클로르벤젠 등이 그것이다.

환경호르몬은 정자를 감소시키는 등 가임 능력을 약화시키고 인체 면역성을 떨어뜨려 암을 유발시키는 부작용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더욱 큰 충격을 받게 된 것은 일부 양서류와 어류에서 암수 바뀜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환경호르몬이 돌연변이의 출현율을 높인다는 것보다 생태계를 보다 강력하게 바꿀 수 있다는 이상 징후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사실 정액의 양과 수가 줄어든다는 연구보고는 지난 10여년간 부쩍 많아졌다.

덴마크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서구 선진국을 중심으로 과거에 비해 현대 남성들의 생식 능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8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WHO(세계보건기구)의 가임 능력이 있는 정상 남성의 정액 기준은 ㎖당 정자 6천만마리였다.

그랬던 것이 지금은 2천만마리 이상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는 물론 인간의 가임 능력이 떨어진 만큼 의학 기술이 진보했다고 여길 만한 성과지만 ''정상''기준의 하향 조치는 달리 생각하면 결국 정자 수 감소를 인정한 꼴이 된다.

양적인 감소와 함께 정자 운동성의 하락이라든가 비정상 정자의 증가 등 질적인 감소도 무시할 수가 없다.

이미 학계에서는 이같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본인도 모르게 중금속 화학물질 매연 등의 공해 물질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꼽고 있다.

정자 감소만 해도 치를 떨 일인데 이번 환경호르몬 파동은 한술 더 떠 성 기관의 이상 현상으로까지 비화됐음을 입증하고 있다.

수컷 물고기의 정소에서 난소 기관이 발견되고 암컷 개구리에서 정소로 변환중인 난소 조직이 관찰된 것.

사실 유너크(Eunuch),즉 파종(播種) 능력과 섹스 능력이 함께 결여된 남자 아닌 남자는 예전부터 있어왔다.

또 정상 남성이라면 XY이어야 할 성염색체에 X염색체가 하나 더 붙어 XXY인 사람이 있다.

클라인펠터라고 부르는 이 염색체 이상 증후군의 사람은 유방이 발달하며 발기와 섹스는 가능하지만 정자를 생산하지 못한다.

그런가하면 남녀 성기를 모두 갖추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이러다가는 열매를 맺고 씨앗을 여물게 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생명체의 임무가 몇몇 건강한 ''특공대''에 의해 수행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든다.

준 남성크리닉원장 jun@sne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