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으로 인해 입은 건강상의 피해를 보상해 달라는 소송이 국내외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플로리다주 법원은 필립모리스 RJ레이놀즈 등 5개 담배제조사에 대해 플로리다주 거주 흡연 피해자(30만∼70만명 추산)에게 모두 1천4백48억달러(약 1백64조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이같은 배상액은 미국내 기업을 상대로 한 사상 최대 규모로 담배회사들은 터무니없다고 비난하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5대 담배회사들은 지난 98년 미국 50개주 정부에 2천4백60억달러를 치료비 명목으로 지급할 것을 합의했기 때문에 반발은 더욱 심하다.

흡연소송을 제기하는 이유는 담배회사가 흡연의 해악성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팔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담배회사들은 관련 전문가나 세계보건기구(WHO) 직원에게 조직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담배회사는 담배농사가 개도국의 주요 수입원이라는 점을 부각해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WHO의 금연운동에 제동을 걸도록 유도했고 WHO의 예산 확보를 방해했다.

또 정보원을 동원해 WHO의 회의내용 비밀자료를 빼냈으며 전문가를 매수,흡연의 위험성을 입증한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조작하려 했다.

스위스 연방정부 토머스 젤트너 보건국장은 "담배회사가 간접흡연에 관한 리옹센터의 연구결과를 좌지우지했으며 그 결과 연구보고서는 간접흡연이 암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담배회사들은 흡연이 폐암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흡연소송자들의 입장이 떳떳한 것은 아니다.

담배회사가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았어도 흡연이 전체 암 발생원인의 40%를 차지하며 하루 한 갑씩 수년간 피우면 폐암 발병률이 20배나 높아진다는 뉴스나 상식적인 정보를 한 번도 접해보지 않았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연구결과들은 지난 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나왔고 담배는 중독성을 띠기 때문에 그 이전에 흡연을 시작한 사람들은 나름대로 할 말이 있다.

우리나라는 담배인삼공사의 독점과 방관으로 20세 이상 성인의 흡연율이 65%,남고생의 흡연율이 35%에 달한다.

흡연소송은 흡연 피해자가 개인적인 보상을 받아내는 것에도 의의가 있지만 담배회사나 정부에게 경종을 울리고 흡연자의 건강증진을 위한 공익성 자금을 마련하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또 제조물책임법에 담배를 포함시킴으로써 담배회사가 담배의 해악성을 입증하고 이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게 해 흡연확산을 막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