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간 당뇨로 오랫동안 고생하던 53세의 S씨는 발기부전에 관한 여러
검사를 받고 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승낙을 얻기 위해 부인과 면담을 요청하자 얌전한 전통적인 한국 여성상의
부인이 나타났다.

수술에 대한 모든 설명을 했더니 그 부인은 "저도 수술을 받으려하니 같은
방에 있게 해주세요"라고 뜻밖의 말을 했다.

"네? 부인이 무슨 수술을 받으려고요"

"남편이 저를 위해 수술을 받겠다는데 저도 남편을 위해 이 기회에 수술을
받는게 좋겠어요"

얼굴을 붉히며 이쁜이 수술을 받겠다고 말했다.

의사생활을 하면서 평생 이런 제안은 처음 받아본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한방을 쓰면 서로 아픔을 같이할수 있고 회복기간도
빨라질듯 했다.

정신적 경제적으로도 좋고 여러가지 좋은 점들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무엇보다 이 부부의 끈끈한 정에 감동했다.

병원규칙에 어긋나지만 특별히 병실간호사에 부탁했다.

병실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라며 난색을 표명하던 간호사들도 이 부부의
정에 감동받아 유례없는 남녀 혼방 병실을 만들어냈다.

남편은 비뇨기과에서 부인은 산부인과에서 같은날 수술하기로 날짜를 잡고
기본검사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부인 가슴 방사선 사진에서 이상한 덩어리가 나타났다.

급히 흉부외과와 상의하니 흉강내 종양이니 수술을 받는게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아무 증상없이 남편을 따라왔다가 엉뚱하게도 흉강종양진단을 받은 것이다.

덩어리가 암일수도 있어 갑자기 문제가 심각해졌다.

남편은 우선 아내문제부터 해결하자고 했다.

주객이 전도돼 부인이 먼저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도 양성종양으로 나타나자 노심초사하던 남편은 안도의 숨을 쉬었다.

남편은 "부인에 대한 사랑을 새롭게 느끼게 된 좋은 계기였다"며 "일찍
발견된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말했다.

거듭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그는 퇴원했다.

부인으로 인해 그는 예정된 음경보형물 삽입수술을 받지는 못했다.

그후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소식이 없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부부가 함께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들 부부를 보고 무엇보다 흐뭇한 점은 섹스없이도 얼마든지 행복할수
있다는 것이다.

그 끈끈한 정은 무엇보다 소중한 것으로 느껴졌다.

서로의 사랑과 신뢰가 두터운 이들 부부는 언제 다시 찾아올지...

설령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해도 이들 부부는 아무 문제없이 행복하게
지낼 것이 틀림없다.

< 연세대 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