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드라이버샷이 좋고 어프로치샷이 홀에 붙었더라도 퍼팅이
빠지면 "모든 골프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 같다.

19일 레이크사이드CC 서코스(파72, 전장 6천9백35야드)에서 벌어진
97 삼성월드챔피언십여자골프대회 최종일경기에서도 이같은 얘기가
들어맞았다.

정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던 헬렌 알프레드슨(32.스웨덴)이 결정적인
퍼팅 실패로 줄리 잉크스터(37.미국)에게 우승을 넘기는 아픔을 겪고
말았다.

잉크스터는 4라운드 합계 8언더파 2백80타로 3명 공동 선두였으나 연장
첫홀에서 이겨 우승했다.

전날까지 단독선두였던 알프레드슨은 16번홀(파4-3백63야드)에서 50cm
가까운 거리의 파퍼트 미스로 보기를 기록하면서 공동선두를 허용했고 최종
18번홀(파4-3백50야드)에서도 1m 버디퍼팅이 홀을 외면, 정상등극의 찬스를
잃고 말았다.

4라운드 18번홀에서 공동선두를 기록한 잉크스터와 켈리 로빈스
(28.미국)와 함께 승패를 겨룬 알프레드슨은 결국 퍼팅에서 뒤져 정상
등극에 실패했다.

잉크스터는 18번홀에서 다시 이어진 연장 첫번째홀에서 3.5m 버디를
침착하게 떨어뜨리며 전날까지 기록했던 알프레드슨과의 격차를 무위로
돌렸다.

그녀의 이번 역전 우승은 금년 US LPGA투어 첫승이자 13만1천달러
(약 1억1천8백만원)의 상금을 의미했다.

3명의 4라운드 합계 스코어는 8언더파 2백80타였는데 잉크스터는 이날
11번홀(파5-4백54야드)에서의 8m 이글을 비롯 버디4, 보기1개로 5언더파
67타를 쳤다.

알프레드슨은 이날 1오버파 73타(버디2, 보기3)로 부진했다.

<>.레이크사이드CC 서코스는 페어웨이가 넓고 평탄한 곳이 대부분.

따라서 승부는 오로지 "퍼팅에서 좌우된다"고 봐야했다.

최종 18번홀은 오르막 티샷을 해야 하지만 거리가 짧아 세컨드샷은
대개 1백-1백20야드 거리의 웨지샷이 걸린다.

4일동안의 전체 평균 스코어는 3.891타(난이도 랭킹 14위)로 버디홀로
볼 수 있는 곳.

중간합계 8언더파로 공동선두였던 마지막조의 알프레드슨은 이날
18번홀에서 왼쪽 카트도로 옆에서 친 1백10야드 웨지샷 (세컨드샷)이
홀 왼편 1m에 붙으며 경기를 끝내는듯 했다.

그러나 그녀의 그 버디퍼팅은 홀 오른쪽으로 빠져 버렸다.

압박감 때문일까.

그녀의 퍼팅 스트로크는 폴로스루를 다 해주지 못한 느낌이었다.

결국 우승찬스는 두번 다시 오지 않았다.

연장전에서 그녀는 3명중 마지막으로 1백야드 세컨드샷을 했지만
볼은 그린을 넘어가 버렸다.

연장전에서 잉크스터의 3.5m 버디 퍼트는 오른쪽으로 돌아내려가는
라인으로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그 우승 찬스"를 그대로 살려내며
"골프승부의 우승방법론"을 순식간에 증명했다.

<>.김미현은 4라운드합계 9오버파 2백97타로 16명의 참가선수중 15위를
차지했다.

계산은 간단했다.

우승 경쟁자들이 4라운드 동안 4-6언더파의 60대스코어를 두 세번은
친 반면 김미현은 최저타가 71타였고 78타(2라운드)도 나타났다.

[[ 잉크스터의 한마디 ]]

솔직히 우승찬스가 있으라고는 생각지 않았으나 11번홀 이글이후 합계
9언더파 정도면 찬스가 올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헬렌의 최종홀 미스 퍼팅이 8언더파에게도 문을 열어 주었다.

연장 첫홀의 버디 퍼팅은 내가 목표점으로 잡은 "바로 그 지점"에만
집중하며 "연습 스트로크의 재현"만을 원했는데 볼은 정확히 "본 그대로"
굴러갔다.

< 김흥구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