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년 라이더컵대회가 잉글랜드의 로열버크데일골프클럽에서 열렸었다.

친구인 잭 니클로스와 토니 재클린은 라이더컵대회사상 가장 흥미로운
경기를 펼쳐 마지막 매치게임의 최종홀에 이르러 마무리퍼팅을 남겨놓고
있었다.

잭 니클로스가 파 퍼팅을 성공시켰을때 친구이면서도 경쟁자인 토니
재클린의 볼은 홀에서 약 120 를 남겨 놓고 있었다.

만일 재클린의 퍼팅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미국팀이 승리하게 되는
판국이었다.

그런데 잭 니클로스는 친구인 재클린이 엄청난 프레스를 받는 퍼팅을
하게 놔두지 않았다.

팀동료들은 물론이고 상대팀선수들이 한결같이 긴장된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황금곰은 재클린의 볼마커를 집어들었다.

"오케이"를 준 것이었다.

그로 인해 경기는 16대16으로 라이더컵사상 유일하게 비기게 되었다.

니클로스의 특별한 스포츠맨십에서 우러나온 행동에 전세계로부터
찬사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니클로스의 행동을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팀동료이던 프랭크 비어드는 자기 저서에서 그 당시 동료들은
어쩔 줄을 몰라했었다고 적고 있다.

즉 "잭 니클로스에게는 그것이 굉장한 제스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머지 열한명의 팀동료들에게는 무척이나 어려운 지경이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 우리는 모두가 승리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골프룰에 의하면 매치플레이에 있어서는 누구나 경쟁자에게 오케이를
줄수 있다.

따라서 잭 니클로스가 자기 친구인 토니 재클린을 곤경에서 해방시켜준
것은 골프룰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

반면에 스트로크플레이에서는 홀아웃을 하지 않고 다음홀에서 인플레이
하는 경우 그 플레이어는 실격이다.

그러므로 우리 골프장에서 흔히 볼수 있는 오케이의 경우는 골프룰에
따르자면 더이상 계속 플레이해서는 안되는 셈이 된다.

그러나 아마추어들이 즐기는 골프가 언제 어디서나 반드시 세세한
골프룰에 따라야만 하는가.

클린턴 대통령은 한 라운드 도중에 멀리건을 몇 번이나 주고 받는다고
하는데 그가 골프룰을 몰라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오케이는 때로 골프를 더욱 즐겁게 하는 청량제가 될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필자는 골프를 잘 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오케이를 받아서는
안된다고 믿고 있다.

특히 나이 어린 골퍼에게 오케이를 주어서는 안된다고 강력히 경고하는
하비 페닉의 가르침은 필자가 골프를 하면서 가슴에 새기고 있는 가장
귀중한 말 중 하나이다.

그리고 일부러 오케이를 받으려고 퍼터를 홀컵에 대고 볼까지의 거리를
재는 골퍼의 행동에 대해서는 역겨운 감정을 느끼고는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