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안양CC에 갔다가 라커실에 신문기사를 확대 복사하여 붙여놓은
것을 보게 됐다.

문화체육부가 지난 12일 각종 제육시설업소에서 도박을 할 경우
사업자에게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체육시설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 및 시행규칙의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는데 그 내용중 "체육시설
에서의 도박행위가 발생하면 사업자에 대해 벌금과 함께 영업정지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었다.

1차적발 때는 영업정지 10일, 2차적발때는 영업정지 1개월 등의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보도하는 신문기사의 머릿글은 "내가골프적발 때는 영업정지"라고
돼 있었다.

한편 체육시설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2항은 "체육시설업자는
체육시설의 이용자가 사행행위, 도박행위 또는 음란행위 등 체육시설의
건전한 이용을 해치는 행위를 하는 것을 조장하거나 묵인해서는 아니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법제 42조 제3항은 체육시설업자가 제24조제2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사행행위 또는 도박행위를 조장하거나 묵인한 경우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동법의 취지는 내기골프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도박골프를
하지 말라는 취지임을 명확히 알 수 있다.

따라서 신문보도기사만으로는 그 뜻을 분명히 알수 없지만 정말로
내기골프만으로 골프장사업자가 영업정지처분을 받게 된다면 그것은
참으로 넌센스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법적으로 보아 내기가 곧 도박이라고 할 수 없고, 더우기
내기골퍼가 골프장에서 도박성 내기골프를 하였다 하더라도 골프장
사업자로서는 그런 골퍼를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조장하거나 묵인하는
경우에만 모법에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통하여 "법"을 좋아 하기로는 한비자와 이사를 따라
갈 자가 없을 것이다.

극히 한비자는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어지러운 것을 다스리고 헝클어진 것을 풀며 남는 것을 버리고 잘못된
것을 가지런히 하여 백성을 하나로 하는 길은 법만한 것이 없다.

관을 격려하고 백성에게 위엄을 보이며 음란한 것을 물리치고 간사한
것을 그치게 하는데는 형벌만한 것이 없다.

형벌이 무거우면 감히 귀하다고 하여 천한 자를 쉽게 업신여기지
못하며, 법이 자세하면 위가 존엄하여 친노되지 않는다.

위가 침노되지 않으면 임금은 강력하고 그 권세를 지키는 일은
간단하다"

때때로 법치를 내세우는 이들은 흔히 한비자를 원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비자의 법은 법의 주인인 국민을 위한 법이 아니라 소위
통치자인 임금을 얽힌 법임에 문제가 있다.

체육시설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은 한비자의 법과 같은 종류임에
틀림없다고 그래서 문제가 있는 법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 입법취지가 국민의 건강증진과 여가선용에 이바지하기
위함에 있으므로 어떻게하면 더 많은 국민들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즐기게 할수 있을 것인지를 모색하여야 할 것임에도 동법은 대통령이
"자신이 골프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바람에 온통 골프장 규제법으로
전략하여 버렸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