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우화에 나오는 박쥐는 날짐승과 길짐승 사이를 오락가락하다 결국
따돌림을 받는다.

교활한 기회주의자의 행동으로 비난하고 있지만 어찌 보면 박쥐 자신도
헷갈렸는지 모른다.

쥐와 닮은 짐승이면서도 앞다리가 새처럼 날개를 형성하고 있었으니..

그런데 우리 몸에도 신장인지 요로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신우
라는게 있다.

신우는 신장과 요관사이의 연결부로서 위치 상으로는 분명 신장에 포함
되어 있지만 기능적.조직적 특성으로는 요로에 포함되는 부분이다.

이 신우에 염증이 있다면 글자그대로 신우염이어야 하겠지만 의학적으로
신우신염이라 부르는 것은 염증이 신우뿐만 아니라 신우에 직접 접하고 있는
세뇨관 등의 신실질에도 함께 침범하기 때문이다.

신우염을 일으키는 주범은 대장균이 90%이상인데, 대장균은 흔히 요도나
방광에서 상행성으로 침입하여 감염을 유발하게 된다.

여기에는 정상적인 소변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도협착이나 전립선비대 등의
질환도 한몫 하게 되고, 생체의 저항력을 떨어뜨리는 과로 등도 유인으로
작용한다.

급성 신우염은 심한 오한.발열과 함께 옆구리의 등쪽 신장부위에서
느껴지는 둔중한 통증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데, 소변검사를 해보면 백혈구
와 세균이 대량 발견되어 확진하기가 어렵지 않다.

진단과 치료가 모두 어려운 것은 만성의 경우이니, 이유는 무엇보다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만성 신우신염은 약간의 노곤함, 가벼운 요통, 소변에서의 경미한
이상증세 등이 고작이어서 모르고 방치하면 점차 신기능이 저하되고 크기도
줄어들어 결국에는 전혀 존재가치가 없는 무기능 신장(위축신)이 될수도
있다.

한의학에서는 급.만성 신우신염이 요협통(요협통),임병(임병),허로(허로)
등의 범주에 속하며, 치료는 하초(하초)의 습열(습열)을 해소하는 청열제습법
(청열제습법)과 소변의 배설을 이롭게 하는 이수법(이수법)이 많이 응용된다.

최근 정계재편의 바람이 몰아치면서 박쥐같은 행동을 할 정치인이 많아질
것같다.

정치생리상 어쩔수 없는 것이겠지만 정치인 본연의 업무와 기능까지
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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