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경희대 한의대교수>

남성의 생식기와 관련된 질병은 환자의 생명까지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지속적인 불쾌감과 고통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은데,대표적인 것은
아무래도 전립선염이 아닐까 싶다.

모든 남성의 35%정도가 이환되는 것으로 추산되는 전립선염은 만성의
경우 현미경 검사시 염증은 있으나 원인균이 발견되지 않는 소위
비세균성이 대부분이다.

혹 세균성이라고 판명되어 항균제를 장기간 투여할지라도 지금까지
개발된 대부분의 항생제가 전립선 안으로 잘 침투되지 않아 염증부위에
유효한 치료량이 미치지 못하므로 쉽게 치료되지 않는다.

때문에 전립선염은 원인도 불확실하고 치료도 잘 안되며 진단방법도
애매할뿐 아니라 만성적으로 이행하면서 재발이 잦은 골치아픈 질환의
대명사로 여겨지고 있다.

주된 증상은 회음부의 불쾌한 동통인데 통증은 고환 아랫배 허리,심지어
대퇴부 안쪽으로까지 파급될수 있어 환자로 하여금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게 만든다.

또한 방광과 요도에 인접한 전립선의 해부학적 특성때문에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배뇨때 통증이 발생하는 요로계 증상도 나타난다.

환자의 약 50%는 아침 첫 소변을 볼때 쌀뜨물과 같은 우유빛 배설물이
흐르기도 하며 발기와 사정으로 대표되는 남성의 성기능도 감퇴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전립선염의 병태는 환의학에서 일컫는 산병 고병 임병 뇨탁등의
병증에 해당된다.

산병은 평지의 돌이나 흑이 뭉쳐 쌓인 것을 산(산)이라 하듯 인체 하복부
와 회음부쪽에서 기가 순행하지 못하고 적체되어 동통을 유발하는 질환을
말한다.

고병은 벌레(충)가 나무를 갉아 먹듯 생식기의 기능이 점차적으로 저하
되어 "교접점미(성관계가 점차 미약해짐)"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임병은 수풀속의 나무에서 이슬이 맺혀 물이 한방울씩 똑똑 떨어지는
모습을 빗댄 것이니, 소변이 시원스럽지 못하고 찔끔거리는 상태를
묘사한 병증이다.

뇨탁은 문자그대로 소변이 맑지 못하고 혼탁함을 뜻한 것으로,특히
쌀뜨물과 같을 경우 백탁이라고 한다.

따라서 한의학에서는 전립선염 환자가 주로 호소하는 증상이 이같은
병증 가운데 어디에 해당되는지 다시 한번 구분하여 적절한 치료법을
응용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보신에 주안점을 두게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