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지인 명의로 유령법인을 세워 만든 대포통장을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빌려주고 45억원을 챙긴 일당이 붙잡혔다. 범죄 조직은 대여한 대포통장으로 6조원이 넘는 자금을 세탁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총책 이모 씨 등 11명을 범죄단체조직·전자금융거래법위반·업무방해 혐의로 검거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은 이중 5명을 구속해 송치했다.

이들은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가족과 지인 명의로 152개 유령법인을 설립했다. 법인 명의로 대포통장 713개를 개설해 통장 한개당 월 대여료 180~200만원을 받고 사이버도박·보이스피싱조직 등에 빌려줬다. 이를 통해 대여료로 총 45억원을 챙겼다. 통장을 빌린 범죄조직은 범죄수익 6조4500억원을 세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통장을 개설할 때 쓰일 명의를 빌려준 명의 대여자 62명도 전자금융거래법위반·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은 총책·관리책·현장책 등 역할을 구체적으로 분담해 범행을 저질렀다. 총책은 범행에 필요한 차량과 대포폰, 숙소 등을 지원했다. 단체 대화방에선 실시간으로 활동 사항에 대한 지시와 보고가 오고 갔다.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캠핑카를 사무실로 쓰고 텔레그램과 위챗 등 해외 기반 메신저를 사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령법인 명의 대포통장은 주로 범죄조직에 제공돼 서민의 범죄 피해를 양산하고 피해금의 추적과 회수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