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3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오는 31일 2만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도심 집회를 예고한 것과 관련해 "지난번처럼 도심이 또 다시 술판, 쓰레기장이 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서울 세종대로 왕복 8차선 중 4개 차로를 점거할 예정이라 시민들이 엄청난 교통체증과 소음에 시달릴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윤 원내대표는 "민노총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이용해 시민의 자유와 일상을 유린하는 작태는 이제 종식돼야 한다"며 "더 이상 세종대로가 민노총의 치외법권 지대가 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그러면서 "시민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이제 민노총에 빼앗긴 들을 가져와야 한다. 경찰은 이번 기회에 불법 행위를 뿌리뽑고 공권력이 시민 자유를 지키는 힘이라는걸 보여줘야 한다"며 "법을 지키는 자에게는 최대 자유가 허용되지만, 법을 어기는 자에게는 그에 합당한 제재가 가해진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민노총 집회를 언급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비판했다.그는 "민노총에 날개를 달아주겠다는 법이 본회의에 직회부된 노란봉투법"이라며 "하청노조가 원청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고 회사 인사·경영권에 대해서도 파업할 수 있도록 해 파업만능주의를 부추기는 법이고 툭하면 수시 파업하도록 해 국민을 깜짝 놀라게 하는 '놀란봉투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법을 처리하려는 이유는 뻔하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밖에 없게 해 정치적 부담을 주고 민주당이 노동계의 표를 얻겠단 심산"이라며 "노란봉투법이 민생법안이었다면 민주당 정권 때 왜 처리를 안 했나. 민주당은 더 이상 민생경제를 외면하지 말고 입법폭주를 중단하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민노총은 오는 31일 오후 4시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조합원 2만여명이 참여하는 '경고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이들은 "정부가 반(反)노동자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건설노조는 지난 17일 1박2일 노숙 투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서울지방고용청 앞 도로의 8차로를 모두 막아서고 경찰의 해산 요구에도 불응했다. 또 야간에 술판을 벌이는 등 행위로 112에 80여건의 불편 신고가 접수됐다.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10년 전인 2013년은 한국 진보 정당 역사의 변곡점 중 하나다. 한때 국회 의석수를 13석까지 차지했던 통합진보당이 ‘내란음모 사건’에 휘말렸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이는 민족해방(NL·National Liberation)계 수장이자 당 주류인 이석기 의원이었다. 그는 2013년 8월 대한민국 체제 전복을 위해 ‘남한 공산주의 혁명’을 도모했다며 내란음모와 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됐다. 이듬해인 2014년 헌법재판소는 내란음모 행위를 인정해 통진당 해산과 의원직 박탈 결정을 내렸다. 통진당은 물론 1980년대 진보 진영을 주름잡던 NL계가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그랬던 NL계가 최근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통진당 후신으로 평가받는 진보당이 지난 4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강성희 의원을 당선시키며 원내 입성에 성공하면서다. 국내 최대 노동단체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양경수 위원장을 비롯한 NL계가 장악하고 있다. 조직력을 앞세운 NL계가 정치 세력화에 성공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그동안 정의당이 주도하던 진보 진영 내 세력 교체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진보 세력 주름 잡던 NLNL은 민족주의 성향의 운동권 계파다. 반미와 친북 성향이 강한 게 특징이다. NL계 다수는 북한의 주체사상을 신봉해 ‘주사파’로 불리기도 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진보 세력의 주류였다. NL계 핵심은 경기동부연합이다. 1980년대 후반 경기 성남과 용인 지역에서 활동하던 학생 운동권 세력을 뿌리로 한다. 주축은 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 출신들이다. 내란음모 혐의로 대법원에서 9년8개월형을 받은 이 전 의원은 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 중국어과를 졸업했다.경기동부연합은 2000년대 초반 통진당 전신인 민주노동당에 대거 가입해 당권을 장악했다. 그러다 2013년 내란음모 사건을 계기로 2014년 12월 헌재에서 통진당 해산 판결이 나오면서 세력이 급속도로 위축됐다. 저인망식 전술로 노동계 장악이들은 당이 와해되자 노동계로 시선을 돌렸다. 타깃은 택배, 건설, 마트, 학교 비정규직 노조 등이었다. 이들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대기업, 정규직 노조에 비해 조직화가 덜 돼 있었다. 저인망식으로 세력을 확장하기에 적합했다.과거 민주노총 출범을 이끌었던 김준용 국민노동조합 사무총장은 “NL계가 조직력이 약한 노조에 접근해 ‘여러분은 자본주의의 피해자다’, ‘임금을 더 받아주겠다’는 식으로 조합원을 급속도로 늘렸다”며 “이후 각종 현장 집회를 주도하면서 민주노총 내 주된 세력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민주노총에서 세를 불리던 NL은 2020년 12월 양경수 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지도부를 장악했다. 기아 사내하청 노조위원장을 지낸 양 위원장은 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 95학번으로 2001년 총학생회장을 지낸 경기동부연합 출신이다. 이 밖에 진경호 택배노조위원장, 정민정 마트노조위원장 역시 경기동부연합이라는 게 노동계 평가다. 의원 한 명 없던 정당이 후원금 2위정치권에선 진보당도 NL계가 장악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 4월 전북 전주시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강성희 의원은 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 언어인지학과를 나왔다. 강 의원의 보좌관 A씨는 민주노동당(통진당 전신) 부대변인 출신이고, 보좌관 B씨는 이정희 전 통진당 의원과 이석기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 활동했다.진보당의 조직력은 남다르다. 지난해 정당 후원금은 16억2000만원으로 국민의힘(17억6000만원)에 이어 전체 2위를 차지했다. 국회의원 한 명 없던 정당이 민주당(4억5000만원)보다 후원금이 많았다. 한 노동계 인사는 “오는 7월 민주노총 총파업을 기점으로 민주노총이 정의당이 아니라 진보당을 공식적으로 지지할 것이란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다만 여전히 ‘북한과 교류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건 한계다. 검찰은 지난 10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간부 네 명을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북한과 90건의 지령문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는 ‘진보당을 대중정당으로 만들어라’는 취지의 지령이 담겨 있었다.이에 대해 진보당 관계자는 “당원의 80%가 2017년 당 출범 당시 정당 활동을 시작했고, 통진당 후신이란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이어 “기소된 당사자들은 당 의사결정에 참여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민주노총의 대규모 집회에 대해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린 민노총의 집회 행태는 국민들께서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타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공공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까지 보호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가 불법 집회, 시위에 대해서도 경찰권 발동을 사실상 포기한 결과 확성기 소음, 도로점거 등 국민들께서 불편을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그 어떤 불법 행위도 이를 방치 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그러면서 "직무를 충실히 이행한 법 집행 공직자들이 범법자들로부터 고통받거나 신분상의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국가가 강력히 지지하고 보호할 것"이라며 경찰과 관계 공무원들을 향해 엄정한 법 집행을 당부했다.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