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사망소식에 온라인선 비난까지…피해자들 "버티기 힘들어"
"동요할까 걱정"…전세사기 5번째 사망에 심리회복도 문제
"계속 힘든 상황만 생기네요"
전세사기 피해자 A씨는 2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앞으로 살길은 막막하고 대책은 없으니 자꾸만 힘이 빠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로 전세금 수천만 원을 날릴 위기에 놓였지만 최우선변제금도 못 받는 처지다.

A씨는 "다른 피해자들과 연대하며 최대한 희망을 가져봤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힘이 든다"면서 "사망하는 피해자도 계속 나오면서 다른 이들도 상심이 크다"고 털어놨다.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잇따라 사망하면서 다른 피해자들도 심리적으로 동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온라인상에선 피해자들에 대한 조롱이나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데다가 자꾸만 피해자들이 세상을 등지는 상황이 되풀이되면서 감당이 어렵다고 말하는 피해자들도 많다.

지자체나 정부기관 차원의 심리상담 등 피해자 회복을 위한 지원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천시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피해자 회복을 위해 지난달부터 심리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19일까지 한 달간 미추홀구에서 '찾아가는 마음안심버스'를 집중 운영했다.

HUG도 이달 말까지 심리 상담과 법률 상담·피해지원 프로그램까지 지원하는 '찾아가는 전세피해지원 상담버스'를 운영한다.

"동요할까 걱정"…전세사기 5번째 사망에 심리회복도 문제
그러나 이들 상담이 주로 평일에 운영돼 생업에 바쁜 피해자들이 충분한 상담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인천시 마음안심버스의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를 기본으로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HUG 상담버스는 평일 낮 12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한다.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동요하며 희망의 끈을 놓진 않을까 걱정된다"며 "혼자 거주하는 피해자를 중심으로 안부를 자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심리적인 동일시나 공감 효과를 우려한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의 극단적 선택이 늘면서 이에 공감할 개연성이 있어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매체 등의 영향으로 심리적 동일시 경향이 사회 전반에서 예전보다 훨씬 커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이들에 대한 묘사를 접하거나 피해자가 더 늘게 되면 파급력이 점점 더 커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로 사회적 네트워크나 지지 체계가 없는 분들이 취약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이들을 선제적으로 찾아내 적극적으로 돕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천 미추홀구에선 지난 24일 이른바 '건축왕'으로 불리는 건축업자에게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40대 남성 B씨가 길거리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2월 28일과 4월 14·17일에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20∼30대 피해자 3명이 숨졌다.

지난 8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른바 '빌라왕' 사건 피해자까지 포함하면 현재까지 전세사기 관련 사망자는 모두 5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