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장애인복지법 위반' 간병인 구속…병원장도 입건
환자 항문에서 25㎝ 배변 매트가…"범인은 간병인"(종합)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항문에 배변 매트 조각을 여러 차례 집어넣은 60대 남성 간병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간병인 A(68)씨를 구속하고 요양병원장 B(5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4일 사이 인천시 남동구 모 요양병원에서 환자 C(64)씨의 항문에 여러 차례에 걸쳐 배변 매트 4장을 집어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직원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C씨에게 피해를 준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병상에 까는 배변 매트를 가로·세로 약 25㎝ 크기의 사각형 모양으로 잘라 환자 신체를 닦을 때 쓰면서 범행에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에서 "C씨가 묽은 변을 봐서 기저귀를 자주 갈아야 했다"며 "변 처리를 쉽게 하려고 매트 조각을 항문에 넣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 가족은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C씨가 제대로 된 의사 표현도 하지 못한 채 2주 동안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며 울분을 토했다.

딸 D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아버지가 대변을 보지 않아 걱정하던 중에 항문 쪽에 초록색 물체가 보여 잡아당겼더니 배변 매트 2장이 나왔다"며 "그전까지 항문이 막혀 있어 조금만 늦었어도 장 괴사나 파열이 올 뻔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버지께서 당초 흡인성 폐렴 증상을 보여 요양병원으로 모셨는데 불과 2주 만에 몸 상태가 눈에 띄게 안 좋아졌다"며 "대학병원으로 옮긴 뒤에야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는 걸 알았다"고 덧붙였다.

D씨가 배변 매트를 발견한 다음 날에도 C씨 항문에서는 매트 조각 1장이 추가로 나왔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요양병원 직원이 또 다른 매트 조각을 빼낸 것으로 확인돼 최소 4장이 C씨의 몸속에서 발견됐다.

D씨는 "시기상 요양병원 간호사가 제일 먼저 매트 조각을 발견했지만, 별다른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간병인의 범행이 계속됐다"며 병원 측 초기 대응도 문제 삼았다.

해당 요양병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병원 측 입장을 묻는 연합뉴스 질의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경찰은 C씨 가족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에 나섰고 A씨가 강제로 C씨 몸속에 배변 매트를 집어넣어 폭행했다고 판단해 구속 절차를 거쳤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행위를 장애인에 대한 폭행으로 판단했다"며 "병원장 B씨도 부실 관리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입건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요양병원을 협회 회원사에서 영구 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힘쓰기로 했다.

협회 관계자는 "국민의 신뢰를 깨뜨리는 일이 발생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체계적인 간병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개별 병원이나 간병업체들과 관련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협회는 피해자 측 대응과 별개로 사건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서울 마포경찰서에 A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당시 남충희 대한요양병원협회 회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만약 실제로 벌어진 일이라면 요양병원 간병 시스템을 개선하는 게 매우 시급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