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토지인도 요구는 불가능
몽골대사관과 겹친 회사땅…대법 "사용료는 요구할 수 있다"
소유지의 일부를 점유한 외국 외교공관을 철거할 수는 없지만 재판으로 사용료 지급은 요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코스닥 상장사인 A사가 몽골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각하 결정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에 돌려보냈다.

문제가 된 땅은 서울 용산구 주한몽골대사관 부지다.

몽골은 1998년 땅을 매입해 사용해왔다.

A사는 2015년 대사관 옆에 있는 땅을 매입했는데 소유한 땅의 30㎡가량을 몽골대사관이 공관 건물과 부속 창고 등의 용도로 사용 중인 것을 알게 됐다.

A사는 건물을 철거하고 해당 토지를 돌려달라며 2017년 2월 소송을 냈다.

또 무단 점유의 대가로 임차료에 상당하는 부당 이득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1·2심 법원은 A사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각하했다.

국제법 원칙상 외교 활동을 비롯한 국가의 주권적 행위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므로 소송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다만 2심 법원은 '소유권이라도 확인해달라'는 A사의 예비적 청구는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A사의 청구 중 사용료 지급에 관한 부분은 재판을 통해 정식으로 심리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외국이 부동산을 공관 지역으로 점유하는 것은 주권적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철거·토지인도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부당이득 반환을 구하는 판결절차는 그 자체로 외국의 공관 점유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외교 공관의 직무 수행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부동산은 영토주권의 주체로, 외국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동산 소재지 국가 법원의 재판권에서 당연히 면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외국이 공관 지역으로 점유하는 부동산과 관련해 금전 지급 청구에 관해서는 우리나라 법원의 재판권이 인정될 수 있음을 최초로 설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