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임대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홈페이지까지 등장했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전국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임대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홈페이지까지 등장했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전국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임대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홈페이지까지 등장했다.

25일 '나쁜 집주인'이라는 이름의 홈페이지에는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임대인들의 이름과 사진, 생년월일과 주소 등 신상 정보가 공개된 걸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는 주택 1000여 채를 보유하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 이른바 '빌라왕' 김모 씨를 비롯해 예능프로그램에도 나오며 인지도를 높여 놓고 400명의 보증금을 떼먹은 중개 보조원 등의 신상 정보가 공개돼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와 전세사기 관련 기사, 전세사기 피하는 방법 등도 함께 게시됐다.

운영자는 이메일로 '나쁜 집주인'에 대한 서류와 제보를 받아 검토한 후 임대인에게 신상 공개 사실을 통보한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2주 후 홈페이지에 신상을 공개하는 방식이다.

이 홈페이지는 지난해 10월 추가 전세 피해 예방을 목적으로 한 개인이 만들었다.

홈페이지에는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기 위해 위장이혼을 하고, 계약 당일 은행에서 대출받고, 신탁부동산임을 속이는 등의 방법으로 전세금을 주지 않는 전세사기꾼이 주변에 너무 많다"며 "세입자가 평생 피땀 흘려 번 돈을 갈취하고도 벌금형 정도의 가벼운 처벌로 죗값을 치르고 갈취한 돈으로 잘 먹고 잘사는 나쁜 집주인을 고발한다"는 문구가 적혔다.

전세사기 사건에 분노한 많은 이들이 해당 사이트가 만들어진 취지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현행법상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감한 개인 정보를 사적으로 공개하는 경우 법적으로 처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신상 정보를 공개한 사이트 '배드파더스'의 운영자 구본창 씨도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는 신상 정보 공개 행위가 공익성이 있다고 판단해 무죄가 선고됐지만, 2심은 공익보다는 비방의 목적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벌금 100만 원의 선고유예로, 유죄 판단했다. 구씨는 이에 불복해 현재 대법원의 최종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지난 2월 악성 임대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법은 전세보증금 반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내준 임차보증금을 상습적으로 갚지 않는 임대인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공개 대상은 총 2억 원 이상의 임차보증금을 변제하지 않고, 구상채무 발생일로부터 3년 이내에 2건 이상의 임차보증금 반환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이다. 임대인의 이름, 나이, 주소, 임차보증금 반환채무에 관한 사항, 구상채무에 관한 사항 등이 공개된다.

최종 공개 여부는 '임대인정보공개심의위원회'가 결정하며, 공개가 확정될 경우 해당 정보는 국토교통부가 출시한 '안심전세' 앱(app)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