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사진=뉴스1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사진=뉴스1
현정은(68)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30일 다국적 승강기업체이자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인 쉰들러 그룹이 현 회장과 한상호(67) 전 현대엘리베이터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현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에 1천70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현 회장 등은 계약 체결의 필요성이나 손실 위험성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거나, 이를 알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대표이사 또는 이사로서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소송은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쉰들러가 현 회장 등이 파생금융상품 계약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 7000억원 가까운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면서 2014년 시작됐다. 문제가 된 파생금융상품은 현대상선의 주식을 매개로 했다. 현대상선 주가가 오르면 현대엘리베이터와 계약 상대방 펀드들이 이익을 나눠 갖고 주가가 내리면 현대엘리베이터가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현대엘리베이터가 당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 가능성이 있던 현대상선의 주식을 보유하면서 우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내용도 계약에 담겼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런 방식으로 현대증권 주식 관련 파생상품 계약도 체결했다.

쉰들러는 2014년 현대엘리베이터 감사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손해배상 청구를 요청했으나 감사위가 답변하지 않자 주주 대표 소송을 냈다. 주주 대표 소송은 회사의 이사가 정관이나 임무를 위반해 회사에 손실을 초래한 경우 주주가 책임을 묻는 소송이다.

1심은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금융상품 계약이 정상적인 경영 행위라고 봤지만, 2심은 파생상품 계약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 손해가 발생했고, 현 회장이 170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현 회장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는 2심 판결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