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과 의료기기의 글로벌 허브로 부상하고 있는 케이메디허브.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제공
신약 개발과 의료기기의 글로벌 허브로 부상하고 있는 케이메디허브.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제공
인공지능을 접목한 신약, 의료기기 연구개발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의료산업계에서는 요즘 케이메디허브(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가 화제다.

신약·의료기기 국산화의 동반자로 부상한 '케이메디허브'
케이메디허브를 통한 정부의 연구개발 수주나 기술이전 성공 사례가 급증하면서 재단이 자리한 대구를 찾는 기업이 부쩍 증가했다. 전국적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의약품 생산이나 의료기기 개발을 의뢰하는 선도기업이 케이메디허브에 줄을 서고 있다.

케이메디허브는 지난해 연구개발 수주액이 전년보다 12% 늘어난 407억원을 돌파하고, 기술 서비스 제공 건수가 전년보다 15% 증가해 2500건을 넘었다고 29일 발표했다. 올해로 설립 13년 차를 맞는 재단이 지금까지 제공한 기술 서비스가 1만1000건인데 지난 한 해만 전체의 4분의 1에 가까운 의료기술 사업화가 진행됐다.

케이메디허브는 폭증하는 의약품 생산 기업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제약 스마트팩토리 확장에 나섰다. 또 인공심장이나 스텐트 같은 인공장기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미니피그 수요가 급증해 미래의료기술연구동도 만들 계획이다. 올 들어서는 경쟁 관계인 오송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관계자들이 케이메디허브의 활성화 비결을 찾아 다녀갔다.

케이메디허브의 이 같은 놀라운 변화는 2021년 8월 양진영 이사장(사진)이 취임하면서 본격화했다. 양 이사장은 첨단 의료단지 내 90여 개 기업과 역외 기업까지 찾아다니며 기업의 수요를 파악했고, 포럼·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의료산업계의 역량을 결집했다. 연구성과의 사업화를 위한 기술이전을 촉진하기 위해 발명자 보상금을 50%에서 60%로 높여 임직원 동기 부여도 강화했다.

재단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 시장이 8조원 규모인데 이 가운데 62%가 수입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양 이사장은 “의료시장을 언제까지 수입에 의존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의료산업계와 재단 내부에 확산돼 기업과의 협업이 활발하다”고 소개했다.

재단이 그동안 축적한 최고의 기술과 인프라도 케이메디허브의 활성화에 한몫하고 있다.

케이메디허브는 신약 관련 6개 핵심 분야에서 660여 종의 기반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2016), 뇌암(2017), 간암(2018), 치매(2021), 알츠하이머(2021), 인공지능(AI) 생체신호 실시간 측정·전송 장치(2022), 뇌종양(2022), 난소암(2022), ADHD 등 정신질환(2023) 치료 물질 등 기술이전을 활발히 해오고 있다.

또 신약 개발을 위한 단백질 구조분석 서비스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공하고 있어 기업들이 외국을 찾는 불편을 덜어줬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활용이 대세인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 인공지능 신약개발플랫폼 사업을 맡아 신약 개발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최소화하고 있다. 의료기기와 관련해서는 AI와 디지털 헬스에 뛰어난 연구역량을 갖추고 있다. 디지털헬스케어사업단을 두고 산하 3개 팀이 빅데이터 활용 방법과 로봇 약 등 디지털헬스 의료기기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신약 개발을 위해 필수적인 동물실험도 원스톱 지원이 가능하다. 케이메디허브는 췌장암·뇌암·파킨슨 등 200여 종의 질환모델동물 제작기술을 보유해 다양한 질환의 전임상 실험을 지원하고 있다. 소량의 임상 제약을 하려는 기업이 처음부터 제약공장의 생산라인을 이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최소 물량을 맞추기 어렵고 제조단가가 높아서다. 케이메디허브는 공공기관 최초로 GMP 시설을 갖추고 최소 1㎏ 단위부터 의약품 생산을 지원해 벤처기업과 강소기업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양 이사장은 “현재 준비 중인 제약 스마트팩토리와 미래의료기술연구동이 완공되면 더 많은 기업 수요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약과 의료기술 국산화에 나서는 중소 벤처기업의 든든한 파트너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