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산불진화대원들이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산림청 제공
산림청 산불진화대원들이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산림청 제공
올해는 국토녹화 50주년이 되는 해다. 일제 강점기 수탈과 6.25 한국 전쟁 등으로 민둥산이었던 산림을 종합 관리하기 위해 당시 정부는 1973년 4월 ‘제1차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을 시작했다. 땔감조차 없던 시절에 고사리손으로 나무를 심은 지 50년. 전 국민이 힘을 합쳐 지난해까지 100억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이제 세계 어느 나라와 견줘도 울창한 숲을 자랑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녹화 성공 국가로 유일하게 대한민국을 꼽기도 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우리 산림이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봄·가을철에 국한했던 산불이 연중 발생하고 있다. 한번 걸리면 고사하는 소나무재선충병도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강력한 집중 호우로 산사태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윗세대가 소중히 가꿔 전해 준 산림자원을 우리가 후대에 온전히 물려줘야 한다”며 “다시 한번 국민들이 힘을 합쳐 산불 예방에 나서자”고 호소했다.

○산불 갈수록 대형·연중화

우리나라 국토의 63.2%는 산림이 차지하고 있다. 산림 면적은 633만5000㏊로, 국토 면적 대비 산림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핀란드(73.1%), 일본(68.5%), 스웨덴(68.4%)에 이어 4위다. 국민이 숲에서 받는 산림 혜택을 돈으로 환산하면 그 가치는 221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후적, 지형·지질적, 인위적 요인으로 산사태, 산불, 병해충 등 산림재해 발생에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산림청은 올해도 ‘산림재해’로부터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 겨울·초여름 가뭄과 국지적 강풍 등으로 산불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산불은 740건으로 최근 10년 평균(535건)보다 38% 이상 증가했다. 산불 피해 면적도 2021년 766㏊에서 지난해 2만4782㏊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대부분 산불은 부주의로 인한 실화다. 지난해 산행인구 증가에 따른 입산자 실화와 산림 인접지에서의 소각산불이 전체 58%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연중 고온 현상, 낮은 강수량, 건조 일수 증가로 연중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동해안은 강한 계절풍과 침엽수림으로 산불 발생 위험성이 늘 높은 곳이다. 대형산불 통계가 시작된 1986년 이후 총 72건의 대형산불 발생했는데, 그중 동해안 지역이 40건으로 56%나 차지하고 있다.

이에 산림청은 연중·대형화되는 산불재난 방지를 위해 철저히 대응하고 있다. 산림 인접 지역 내 논·밭두렁 태우기 등 농업부산물 소각행위 근절을 위한 보다 강화된 대책을 세우고 있다. 산불 초기대응 강화를 위해 산불 진화에 필요한 임도를 늘리기로 했다. 취수원 확보를 위한 다목적 사방댐 등 산불방지 기반 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농·산촌 인구 감소,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인력 중심의 산불 대응 한계에 따라 4차 산업기술 확대 적용 등 스마트한 산불 대응에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올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 전국 산불방지 장기대책을 마련했다”며 “무엇보다 인명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국가기간시설 및 군사시설, 문화재 보호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소나무재선충병·산사태 24시간 감시

한 번 걸리면 100% 고사하는 소나무재선충병이 다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재선충이 북방수염하늘소와 솔수염하늘소라는 곤충의 몸을 빌려 소나무에 침투, 20일 만에 20여만 마리 이상으로 증식한다. 이 과정에서 소나무의 조직이 파괴돼 한번 감염된 소나무는 100% 죽게 된다. 한국은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는 2013년 제주도, 경상도를 중심으로 확산해 피해 고사목이 2014년에는 218만 그루까지 증가했지만, 범정부적 방제로 피해를 줄여나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가뭄, 봄철 고온 현상 등 기후변화와 산불 피해지 증가로 올해는 피해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경남 밀양 등 대형 산불 피해지의 주변에서 재선충병 피해가 확산 추세에 있다.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매년 4월 기준)은 2014년 218만 그루에서 2021년 31만 그루까지 낮췄지만, 지난해 38만 그루로 다시 늘었다. 올해는 78만 그루로 예측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 발생지역도 매년 늘고 있다. 전국 시·군·구 기준으로 2014년 86곳에서 2021년 135곳, 지난해 말 140곳으로 늘었다.

산림청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다양한 방제 전략을 추진 중이다. 큰 틀에서 보면 드론, 유전자 진단키트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소나무재선충병 예찰 및 관리를 스마트화하고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 등 현장 지원을 강화해 소나무재선충 방제 효과성을 높이고 있다. 재선충병 확산 방지를 위한 예방사업 및 감염목 등의 산업적 이용 활성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산사태도 인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산림재해 중 하나다.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짧은 시간 특정 지역에 많은 비를 뿌리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토의 63%가 산림으로 경사가 급한 지역이 많고, 지질적으로 응집력이 낮은 마사토 비중이 높아 산사태에 취약하다. 최근 10년간(2013∼2022년) 연평균 244㏊의 산사태 피해가 발생했지만 2016년 이후 산사태 피해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2020년에는 역대 최장기간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산사태 피해지는 1343㏊에 달했다. 이는 2002년 2705㏊, 2006년 1597㏊에 이은 세 번째 규모다. 산림청은 오는 2027년까지 제3차 전국 산사태예방 장기대책을 세우고 산사태 재난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