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아인. /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배우 유아인. /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배우 유아인(37·본명 엄홍식) 씨가 대마·프로포폴·코카인·케타민 등 마약 4종을 투약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유 씨에게 프로포폴을 처방한 의사도 프로포폴을 투약한 사실이 밝혀져 구속 기로에 놓였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유 씨에게 프로포폴을 처방한 의사 A 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지난 14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경찰은 지난 13일 오후 유 씨의 프로포폴 투약 혐의와 관련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강남구 소재 의원에 방문했다가 A 씨가 프로포폴을 투약하고 있는 정황을 발견해 그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앞서 경찰은 유 씨의 프로포폴 처방이 비정상적으로 많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조사 결과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따르면 유아인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00회가 넘는 프로포폴 투약을 자행했다. 이후 지난달 8~9일 프로포폴을 처방한 것으로 의심되는 병·의원에서 관련 의료기록을 확보했고, 최근에는 유아인의 주거지 2곳을 압수 수색하기도 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른바 '마약류 셀프 처방'이 추정되는 의사 수는 △2018년 5~12월 5681명 △2019년 8185명 △2020년 7879명 △2021년 7736명 △2022년 1~6월 5698명이다. 같은 기간 마약류 처방 이력이 있는 의사의 각각 6.0%, 8.1%, 7.7%, 7.4%, 5.6%이다.

식약처가 점검했던 사례 중에는 한 의료기관의 의사가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 치료 등 심리적 안정을 위한 목적으로 2018년 12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자나팜정(알프라졸람), 스틸녹스정(졸피뎀), 트리아졸람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총 5357정 투약한 경우도 있었다. 날짜로 계산하면 461일간 매일 11.6정씩 하루도 빠짐없이 투약했다는 얘기가 된다.

의사들이 셀프 처방만이 아니라 타인의 명의를 도용한 대리처방 등을 거쳐 본인이 투약하는 마약류 오남용 사례는 보건복지부 자료에서도 확인됐다. 최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마약류 투약과 처방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의사는 모두 61명이었는데, 최 의원실 분석 결과 이들 중 7명은 셀프 처방, 타인 명의 대리처방 또는 매수를 통해서 본인이 투약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환자의 명의를 도용한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의사의 명의를 도용해 총 184회 3696정을 처방받아 투약한 경우도 있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