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출퇴근 기록 좀 보자"했다가...벌금 200만원 맞은 임원
회사 간부 직원이 다른 직원의 출퇴근 기록을 열람한 행위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므로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방법원 단독 김정헌 판사는 지난 1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2023.1.12. 선고 2022고정691).

대전에 있는 한 회사의 간부 A씨는 최근 B팀장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신고당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출퇴근 이슈가 문제가 됐고, A는 인사팀 사무실로 찾아가 직원들의 출퇴근 자료 등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C에 자신의 출퇴근 내역을 요청했다.

회사는 직원들의 급여나 시간 외 수당 등과 같은 초과수당을 산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퇴근 자료를 수집하고 있었다. 이 자료의 열람은 인력양성팀의 팀장과 담당 직원인 C만 가능했다.

불현듯 'B도 출퇴근 내역이 어떤지 보고, 나도 B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A는 C에 귓속말로 "B팀장 것도 함께 줘"라고 지시해 B의 출퇴근 내역을 제공 받았다.

C는 나중에 "팀의 막내라 상급자에게 뭐라고 반박하지 못하고 출·퇴근 자료를 출력해 줬다"고 경찰 진술을 했다.

A는 결국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했던 자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고, 누구든지 그 사정을 알면서도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A는 "B가 자신을 신고한 것에 대해 소명·방어 차원에서 필요한 거 같아 B의 출·퇴근 자료를 출력해 달라고 했다"며 "B의 출·퇴근 자료를 제공받음에 있어 부정한 목적이 없었고, 이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인 A는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자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먼저 A의 출퇴근 자료 수집에 '부당한 목적'이 있다고도 봤다. 김 판사는 "당초에 수집된 목적을 벗어나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사용할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 받았는데, 이는 부정한 목적"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A가 C에 귓속말로 자료 제공을 요청한 것, 자료를 받은 이후 C에 ‘내 자료만 준 걸로 해 알았지? E연구원이 난처해질까 그래..’, ‘이 카톡도 지우고’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것도 '부당한 목적이 있음'의 증거가 됐다.

법원은 정당행위라는 주장도 일축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이 B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지 아니하더라도 B의 신고로 이뤄지는 절차에서 적법하게 소명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취득한 행위는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며 A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