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제일병원. 사진=강은구 기자
서울 중구 제일병원. 사진=강은구 기자
출산을 한 90년대생 엄마 A(30)씨는 두 살배기 아이를 키우며 스마트폰 앱을 자주 사용한다. 분유를 언제 얼마나 먹고, 기저귀를 언제 갈며 언제 자고 깨는지를 앱에 전부 기록한다. 또 앱을 이용해 아이와 함께 갈 만한 장소도 알아본다.

A씨는 "앱을 통해 아이와 함께 갈만한 곳을 개월 수에 맞춰 알 수 있다. 남편과 앱을 보면서 '여기 놀러 가자'고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엄마 B(30)씨는 2살 난 딸이 갈 만한 병원을 고를 때 평소에 앱에 올라온 병원 방문 리뷰를 참고한다. 작년 9월 추석 연휴 기간에 딸이 아프자 인터넷에서 문을 연 병원을 알아보고 다녀왔다.

이른바 'MZ세대' 부모에게 앱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유용한 자녀 양육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은 지난달 숙명여대에서 아동복지학 석사 학위를 받은 박미현(30)씨가 '90년대생 MZ세대 부모들의 자녀 양육관 연구' 논문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4일 논문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8월23일∼11월24일 영유아를 기르는 90년대생 엄마 5명, 아빠 3명을 총 30회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1990년대생 부모들은 SNS와 앱을 육아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담 대상자들은 자녀의 일상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와 함께 갈 만한 장소를 알아보거나 자녀를 위한 쇼핑을 할 때도 앱과 SNS에서 관련 정보를 얻었다.

4세 아이를 기르는 C(30)씨는 면담에서 "요즘은 자녀를 키울 때 간편하고 좋은 서비스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90년대생 부모는 자녀를 위해 시판 이유식과 반찬가게를 이용하는 것도 꺼리지 않았다. 음식을 직접 만들 때 드는 시간과 비용 등을 고려하면 사서 먹는 게 효율적이라는 의견이다.

두 아이를 양육하는 아빠 D(32)씨는 "자녀가 영유아기일 때 손이 많이 가는데 이유식이나 반찬을 만들려면 스트레스를 받고 시간도 없다"며 "시중에서 사서 먹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면 굳이 고생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90년대생 부모는 '부모로서의 삶'과 '나 자신으로서의 삶'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했다. 자녀를 위해 헌신하는 삶도 존중하지만 자신을 가꾸고 돌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봤다. 같은 맥락에서 부모의 직업 활동이 긍정적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했다.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보육기관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3살 아이를 기르는 E(30)씨는 "부모가 자신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지 않으면 부부·자녀 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경험을 하고 나니 (자신을 위한 투자가) 더 필요하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연구자 박씨는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세대 특성이 반영된 라이프 스타일"이라며 "부모로서의 정체성이 곧 자기 정체성이라고 여기던 기성세대 가치관과 다르다"고 분석했다.

1993년생으로 현재 두 아이의 엄마인 박씨는 비슷한 출산·육아 경험을 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또래 부모의 양육관이 궁금해 연구를 시작했다고 했다.

박씨는 "현재 전체 출산 모(母) 가운데 90년대생이 50% 이상"이라며 "이번 연구는 90년대생의 자녀 양육에 대한 가치관·경험을 이해하고자 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