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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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집의 층간소음으로 2년간 고통 받았다는 직장인이 해당 집의 윗집으로 이사할 예정이라며 복수극을 예고해 온라인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층간소음이 단순한 갈등을 넘어 폭력, 살인 등 심각한 범죄 행위까지 촉발한 사례가 나오는 만큼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21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남자아이 3명을 키우는 윗집으로부터 2년간 층간소음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직장인이 본인의 계획을 적어 올렸다.

글 작성자이자 1인 가구인 A씨는 3층에 살고 있고, 그가 '가해자'라고 칭한 일가족은 4층에 거주 중이다. 그는 "지난 2년간 주 3~4일가량 재택 근무를 했는데, 층간소음 때문에 너무나 힘들었다"고 그간의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1년 전부터 윗집에 복수하기 위해 5층으로 이사 갈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마침내 이날 5층 집이 매물로 나와 즉시 계약금을 입금했다고 전했다.

A씨는 5층으로 이사해 아래층을 괴롭힐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윗집 부부가 자신이 층간소음 피해를 호소할 때마다 "애들이니 뛸 수도 있죠", "예민하면 단독주택 사세요"라고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A씨는 복수를 계획하면서도 "미안한 마음도 없다"고 별렀다. 누리꾼들을 향해선 "집에서 할 수 있는 좋은 운동 추천 바란다"고 묻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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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사연은 블라인드뿐만 아니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로 공유되면서 이목을 끌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매일 조카나 사촌 동생들 불러서 밤낮없이 운동장처럼 뛰어놀라고 하라", "거실에서 줄넘기하라", "부업으로 마늘 빻아라" 등 통쾌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반면 일각에선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 "겪어본 입장으로서 이해는 가지만, 결국 '을들의 싸움'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는 의견을 적었다.

공동주택 거주인구가 10명 중 8명에 달하는 가운데 '층간소음'에 따른 분쟁은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총주택 수는 1881만호다. 이 중 아파트,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 비중이 무려 78.3%에 달했다. 이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층간소음 민원도 덩달아 폭증했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층간소음 신고는 2021년 4만4596건으로, 2019년(2만6257건) 대비 77% 이상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층간소음 문제로 2만1915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층간소음 문제는 '해묵은 과제'로도 불리지만 단순 분쟁을 넘어 살인·폭력 등 범죄행위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 차원의 대책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 역시 해마다 제기되고 있다. 층간소음에 분노해 이웃에게 흉기를 휘둘렀다는 내용의 뉴스는 시민들 사이에서 이젠 익숙하다는 반응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2021년 경찰청에서 집계한 층간소음 관련 신고만 총 4만4000건에 달한다.

정부는 층간소음 방지를 위해 사전인정제와 사후확인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사전인정제는 건설사가 시공 전에 공인된 기관에서 층간소음 차단 성능을 검증받고 성능을 인정받은 바닥 구조만 시공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실제 시공 품질과 다른 경우가 잦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에서는 2021년 1월 공동주택 건설 때 고의로 성능평가 기준을 위반해 입주자에게 손해를 입히게 되면 손해액의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법안심사 과정에서 폐기됐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8월 마련한 사후확인제는 공동주택 사업자가 아파트를 완공한 뒤 사용승인을 받기 전에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을 확인하는 검사를 하고 검사 기관에 제출하게 했다. 다만 평가 대상 가구가 전체 아파트의 2~5%에 그친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완공된 아파트 전수를 대상으로 층간소음 측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또 사후확인제는 제도를 통해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이 기준에 못 미치는 경우에도, 검사 기관이 사업자에게 보완 시공이나 손해배상 등을 강제가 아닌 '권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층간소음 저감 효과가 미미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인숙 경제산업조사실 국토해양팀 입법조사관은 "사업 주체는 성능검사 기준에 미달했을 때 보완 시공 및 손해배상 등의 조치를 하게 되는데, 건축 공사가 완료된 건축물에 대한 보완 시공은 시공 방법 및 건축 구조상 쉽지 않을 수 있고, 사업 주체는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보완 시공보다 손해배상 조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이러한 조치는 권고 사항으로서 층간소음 저감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2003년 바닥충격음 성능 등급 인정제도가 도입되기 전 건설된 공동주택은 사전인정제나 사후확인제 같은 '방지책'을 적용할 수가 없어 구조적으로 층간소음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박 조사관은 "기존 공동주택의 층간소음을 저감할 수 있는 바닥구조로 개선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