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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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지난 28일 이 대표는 오전 10시30분부터 밤 11시까지 12시간30분 가량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피의자 신문이 오후 9시 종료된 뒤 신문조서 기재내용을 열람했습니다.

검찰은 이날 질문지 150여쪽 분량을 준비했습니다. 피의자 신문조서는 200쪽에 달했다고 합니다. 이날 이 대표는 33쪽 분량의 서면진술서를 제출한 뒤 “진술서로 갈음한다”는 답변만 반복했다고 합니다.

검찰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사업이 10년 정도에 걸쳐 진행됐고, 위례‧대장동 두 개 사업이 걸려있어 조사할 내용이 방대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한 번만 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검찰이 추가 조사 요청할 예정이지만 2차 소환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검찰은 배임‧부패방지법 위반 혐의, 천화동인 1호 차명 지분 의혹 등을 두고 집중 조사했습니다. 이 대표는 서면진술서를 통해 관련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먼저 대장동 사업은 민간개발을 막아 이익의 일부를 성남시민의 몫으로 환수한 성과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민간업자들이 얻은 수천억대 이익은 부동산 경기 활황 덕분으로, 이전에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성남시 환수 액수가 5503억원이라고 하며 “애초 민간이익은 1800억원 이하이며,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4000억원이 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공공 환수액에 못 미친다”고 밝혔습니다. “지가 폭등을 예상 못했다는 비난은 부당하다”고 항변했습니다.

검찰이 대장동 일당과 관련해 출자자 직접 사용 5개 필지 아파트 분양수익 3690억원을 범죄 수익으로 판단한 것에 대해선 “공사가 시의회에서 승인받은 것은 대장동 택지개발 사업까지”라며 “화천대유 외 아파트 사업을 한 다른 업체의 이익도 부당이익을 얻게 한 것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대장동 개발 정보를 대장동 일당에게 유출한 것, 민간업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상식적이지 않다’며 부인했습니다. 그리고 민관유착의 책임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 돌렸습니다.

서판교 터널 공사를 뒤늦게 확정해 민간업자가 택지매각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엔 “2000년대부터 성남시 도로 계획에 들어 있어 공개됐던 것”이라며 “원래 성남시 예산이 들어가야 하지만 개발업자에게 비용을 부담시켰다”고 했습니다.

대장동 일당에게 불법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최측근 정진상, 김용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습니다. 이 대표는 앞서 검찰 조사 전 기자들로부터 같은 질문을 받았지만 입을 굳게 다물었습니다.

천화동인1호 지분 의혹에 대해선 “터무니없는 모략적 주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언론 보도 전에는 천화동인1호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말하며 “이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천화동인 1호 배당금을 써버렸다. 제 것이라면 그렇게 함부로 써버릴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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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재명 측에 몇 차례 더 출석 요구를 한 뒤 응하지 않으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지난 10일 소환조사한 ‘성남FC 후원금 의혹’의 제3자 뇌물공여혐의와 묶어서 청구할 전망입니다.

구속영장을 청구해도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1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 즉시 2월 임시국회 회기가 이어지기 때문이죠. 민주당이 국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체포동의안 가결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검찰이 부결 후 불구속기소 할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이 대표의 검찰 소환조사는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위례‧대장동, 성남FC 후원 의혹 외에도 다른 사건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중앙지검 대장동 수사팀은 지난 27일 수원지검으로부터 ‘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 사건을 넘겨받았습니다. 대장동에 이어 백현동 사건도 들여다보겠다는 것입니다. 백현동 아파트 개발 과정에서 성남시가 부지 용도를 4단계(자연녹지→준주거지) 높여줬다는 게 골자입니다. 이 과정에 이 대표 측근 김인섭씨가 연루된 만큼 이 대표와도 관련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수원지검은 이 대표가 쌍방울그룹으로부터 변호사비를 대납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수원지검은 최근 태국에서 압송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상대로 이 대표와의 관련성을 집중 추궁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와 김 전 회장 모두 “만난 적도 없다”고 부인하는 상황입니다. 법조계에선 이들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추가 소환조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앞서 기소된 백현동 관련 허위사실공표 사건에 이어 위례‧대장동 재판에도 출석해야 합니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도 있기에 앞으로 이 대표는 각종 재판과 소환 조사 등으로 자주 법원과 검찰을 오갈 전망입니다. 2023년부터 본격화한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이 대표와 민주당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아마도 올해 한국 사회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