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윤정희 /사진=연합뉴스
영화배우 윤정희 /사진=연합뉴스
영화배우 윤정희(본명 손미자)가 알츠하이머 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 향년 79세.

영화계에 따르면 윤정희는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숨을 거뒀다.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은 뒤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딸 백진희 씨와 함께 프랑스에 거주해오던 중이었다.

1944년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조선대 영문학과 재학 중 1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신인배우 오디션에서 선발됐다. 1967년 강대진 감독의 영화 '청춘극장'으로 데뷔해 이후 300여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고인은 국내 1세대 여배우 트로이카를 이끈 인물이다. 1960년대 문희, 남정희 등과 함께 은막을 장식했던 그는 대종상, 청룡영화상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하지만 인기 아이콘으로 부상한 와중에 1973년 돌연 프랑스 유학을 선언했고, 1976년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결혼했다.

"연기는 인생이고 평생의 업"이라고 말했던 윤정희는 결혼 후에도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다 1994년 영화 '만무방' 이후 연기 활동을 중단했고,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로 16년 만에 복귀했다. 복귀한 해에 칸 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배우로서의 건재함을 다시금 증명한 고인이었다.

2017년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많은 영화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특히 '시'에서 알츠하이머를 투병 중인 미자 역을 연기했을 때도 이미 그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었다.
배우 윤정희와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사진=한경DB
배우 윤정희와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사진=한경DB
2021년에는 윤정희 방치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윤정희의 동생들이 윤정희가 백건우로부터 방치됐다며 딸 백 씨를 성년후견인으로 지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백건우 측은 "허위 사실"이라고 강력하게 맞섰고, 이후 후견인 자리를 놓고 윤정희 동생들과 백건우 부녀는 법정 공방을 벌였다.

법원은 윤정희 동생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고 2심까지 딸 백 씨를 성년후견인으로 지정했다. 이후 윤정희 동생이 재차 법원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소송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었으나, 법원은 윤정희의 사망으로 사건을 추가 심리하지 않고 각하할 전망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