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끝난 것일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내 금리 인하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에 대해서도 비슷한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중앙은행은 섣불리 금리 인상 종료 또는 금리 인하를 언급하지는 않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 이유다. Fed와 한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전년 대비 2%를 물가 상승률 목표치로 잡고 있다. 이름하여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ing)’다.
한은 물가 상승률 목표, 왜 0% 아닌 2%일까

통화량목표제 폐기·물가안정목표제 도입

물가안정목표제는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의문이 제기된다.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을 목표로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굳이 물가안정목표제라는 제도가 필요한가.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과거 한국은행은 통화량목표제를 채택했다. 협의통화(M1), 광의통화(M2) 등 통화량 증가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했다. 1980년대 이후 통화량과 물가의 관계가 약해지면서 이 제도의 유효성도 낮아졌다.

환율목표제도 있었다. 환율을 특정한 범위에 고정해 물가 안정을 꾀하는 것이다. 그러나 환율 안정에 집중하다 보면 국내 경기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생긴다. 이 때문에 오늘날 많은 나라들이 통화량·환율 관리라는 ‘중간 목표’를 거치지 않고, 물가 상승률 자체를 타깃으로 삼는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 제도를 처음 시행한 나라는 뉴질랜드(1990년)다. 우리나라는 1998년 4월 채택했다. 일본 영국 호주 등 30여 개국이 물가안정목표제를 운영하고 있다. Fed는 물가안정목표제를 공식적으로 천명한 적은 없지만 2%에 가깝게 유지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1도, 3도 아니고 2

물가안정목표제의 핵심은 목표치를 얼마로 하느냐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들은 대부분 2%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Fed는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을 달성한다는 목표에 가장 부합하는 물가 상승률이 연간 2%”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2016년 물가안정 목표를 종전 2.5~3.5%에서 2%로 내렸다. 경제성장률이 점차 낮아져 선진국 수준에 근접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신흥국들은 대체로 4~6% 물가 상승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왕 물가 안정이 목적이라면 왜 0%를 목표로 하지 않을까. 그것은 디플레이션 위험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0% 물가 상승률을 추구하면 자칫 물가가 하락해 경기 침체를 유발하는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 또 물가 상승률이 0%에 가까워지면 금리도 그에 따라 낮아지는데, 그렇게 되면 경기 침체 때 금리 인하로 대응할 여지가 사라진다.

물가안정목표제가 실제로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거둔다는 여러 실증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에 지나치게 집중할 경우 경제성장과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물가가 안정된 상황에서도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급등해 경제가 불안정해진 사례로 거론된다. 물가 안정이 중앙은행의 유일무이한 목표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목표치 높여야 하나

최근 중앙은행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국내외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마저 물가 상승률이 5%를 훌쩍 넘은 상황을 반영해 목표치도 3~4%로 올리자는 주장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구조적인 고물가 환경이 조성된 것이 배경이다. 그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과거에 설정한 목표치에 매몰돼 고강도 긴축 정책으로 대응하면 경기를 지나치게 냉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 목표를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는 것 자체가 경제 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을 높일 수 있고, 그 결과 고물가가 고착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는 데 실패한 것으로 해석돼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릴 위험도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