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일간 ‘옥쇄 파업’을 벌인 쌍용자동차 근로자들이 국가에 10억원대 배상금을 물어내도록 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헬기로 최루액을 분사하거나 옥상에서 농성하는 근로자들에게 하강풍을 직접 쏜 것은 위법하기 때문에 헬기 파손 책임을 물어선 안 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0일 국가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간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일반 조합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2009년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쌍용차 임직원과 경찰 진입에 대비하기 위해 새총, 볼트, 화염병 등을 소지한 채 점거파업을 벌였다. 당시 경찰은 이를 진압하기 위해 헬기에 물탱크를 부착해 옥상에 최루액을 살포했고, 옥상으로부터 30~100m 고도로 제자리 비행해 하강풍을 쐈다.

점거파업을 하던 이들은 헬기를 향해 볼트 등 이물질을 새총으로 쏘며 대응했다. 국가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1·2심은 국가의 손을 들어줬다. 2심은 약 11억원을 배상액으로 판단했는데, 헬기 손상 손해액(5억2000만원)과 기중기 손해액(5억9000만원)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경찰장비를 위법하게 사용해 적법한 직무수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상대방이 저항하는 과정에서 헬기가 손상됐다고 해도 이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중기 수리비에 대해서도 “진압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기중기 공격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다만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의 의미를 과잉진압행위에 대한 모든 대응행위에 불법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과잉진압에 대응한 행위라도 위법성 조각 사유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