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전경.  HJ중공업 제공
HJ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전경. HJ중공업 제공
HJ중공업이 중형급 친환경 컨테이너선을 연이어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동부건설 컨소시엄과의 인수합병 이후 기술력을 토대로 적극적인 영업 활동을 펼치며 상선 시장 재진입에 성공했다.

○기술력으로 친환경 시장 승부수

HJ중공업은 지난 6월 유럽 선주사와 총 2억4000만달러 규모의 7700TEU급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2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5500TEU급 컨테이너선 4척과 지난 3월 동형선 2척을 수주한 데 이은 쾌거다.

이번 계약에는 별도로 2척의 옵션 계약도 설정됐다. HJ중공업은 옵션 계약이 발효되면 컨테이너선 일감은 총 10척, 수주액은 약 8000억원으로 증가해 올해 목표치의 과반을 달성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J중공업이 수주한 컨테이너선은 길이 272m, 운항 속도 22노트로 최첨단 사양과 친환경 설계를 반영한 7700TEU급 LNG DF(Dual Fuel,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이다. 지난 4월 영국 선급(LR)으로부터 이번 선형에 대한 적합성 승인을 획득해 기술력을 확보했다.

이 컨테이너선은 GTT사의 Mark Ⅲ 멤브레인 연료 탱크를 적용해 6100㎥에 달하는 저장 용량을 확보하면서도 컨테이너 적재량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국제해사기구의 선박 황산화물(SOx) 규제와 이산화탄소(CO2) 배출 규제인 EEDI(Energy Efficiency Design Index : 에너지효율설계지수) Phase Ⅲ 기준과 IGF 코드(가스 또는 저인화점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의 안전에 대한 국제 기준) 등 각종 환경 규제도 모두 충족한다.

HJ중공업은 앞서 수주한 5500TEU급 컨테이너선 6척도 향후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이번 7700TEU급 컨테이너선 역시 LNG로 운항할 수 있는 최신 기술을 적용하는 등 친환경 컨테이너선 분야에서 기술력을 축적하며 시장에서 신뢰받고 있음을 입증했다.

2020년부터 강화된 국제해사기구 규제가 적용되면서 친환경 연료 추진선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HJ중공업 역시 미래 수주 경쟁력 확보와 효과적인 시장 대응을 위해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 다양한 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에 대한 핵심 기술 개발과 연구를 통해 차별되는 경쟁우위를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컨테이너선 전문 조선소 영광 재현

HJ중공업은 함정의 100% 자체 설계와 건조가 가능한 대한민국 대표 방위사업체로 정평이 나 있다. 독도함, 마라도함 등의 각종 상륙함과 수송함, 고속정 분야에서 국내 최다 함정 건조 실적을 자랑한다.

특수목적선 분야의 경쟁력도 높다는 평가다. 2007년 OSV(해양지원선) 분야의 고기술·고부가가치 선박인 DSV(잠수지원선)를 국내 최초로 수주했다. 2009년에는 국내 극지 연구의 새 장을 연 최초의 국적 쇄빙선 아라온호를 건조했고 2017년에는 세계 최초로 LNG 벙커링선을 수주하며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에도 지질자원연구원의 최첨단 3D 4D 물리탐사연구선 수주에 성공했다. 모두 독보적인 기술력 덕분이다.

HJ중공업은 조선 부문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선 △중형 컨테이너선 △중소형 LNG선·LPG선 △PC선(석유화학제품 운반선) △원유 운반선 등을 중심으로 영업력을 집중하고 향후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강해 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내 대표 중공업 명가(名家)로 재도약

지난해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채권단과 인수합병 절차를 마무리 짓고 최대주주가 되면서 경영 정상화에 대한 안팎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HJ중공업은 한때 부산 전체 수출액의 15%를 차지할 만큼 지역 경제 버팀목 역할을 했다. 관련 조선기자재업체만 1000곳이 넘고 원자재와 기자재 구매 규모는 호황기 최대 1조원에 달했다. 이 중 80% 이상을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구매함으로써 지역경제 발전의 큰 축을 담당했다.

HJ중공업은 새 출발을 위해 기존 한진중공업에서 HJ중공업으로 사명을 변경하는 한편, 올초에는 새로운 CI를 선포하며 ‘ESG 시대에 걸맞은 종합중공업 기업’으로 재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시설투자를 확대하고 인력 채용에 나선다. 친환경 선박 건조 기술 확보를 위한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