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이틀간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2’ 참석자들이 조제 마누엘 바호주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 회장(전 EU 집행위원장)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사와 교육부 등이 공동 주최한 글로벌인재포럼은 올해 17회째로 세계 석학과 기업 전문가들이 대전환 시대에 대한 전망과 대응 방안 등을 집중 논의했다.   /허문찬  기자
지난 2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이틀간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2’ 참석자들이 조제 마누엘 바호주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 회장(전 EU 집행위원장)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사와 교육부 등이 공동 주최한 글로벌인재포럼은 올해 17회째로 세계 석학과 기업 전문가들이 대전환 시대에 대한 전망과 대응 방안 등을 집중 논의했다. /허문찬 기자
세계 최대 인적자원(HR) 분야 포럼인 ‘글로벌인재포럼 2022’이 지난 3일 이틀간의 일정을 성황리에 마무리 짓고 막을 내렸다. 각계각층의 오피니언 리더로 구성된 94명의 연사는 “대전환 시대를 맞아 전문인재 확보가 절실하다”며 “기존 교육체계에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한 실용적인 조언도 내놨다. 이번 글로벌인재포럼 연사들의 통찰이 담긴 발언들을 ‘5대 제언’으로 정리했다.

(1) 전문인재 확보가 명운 가른다

"두려움 느끼면 창의성 실종…아이들 실패할 수 있게 내버려둬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격화 등으로 냉전 이후 30년간 이어진 세계화가 막을 내리고 미국·유럽연합(EU)과 러시아·중국의 양극 대결 구조가 다시 형성됐다.

국가 간 협업체계가 무너지면서 각국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전문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연사들은 “융합, 협력형 전문인재 확보가 국가 명운을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 회장(전 EU 집행위원장)은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자본이 되는 과학, 기술, 수학 등의 기반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현희 한국IBM 인사 총괄 전무는 “변화하는 요구사항에 맞는 역량과 기술을 갖춘 인재를 키워내지 못한다면, 인재 부족 현상은 한 기업을 넘어 국가 및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2) 인구 급감, 평생교육체계로 극복해야

연사들은 “산업계가 요구하는 인재상이 급변하는 만큼 평생교육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후지이 데루오 도쿄대 총장은 “한국과 일본은 인구 급감과 데이터 중심 사회로의 전환이라는 공통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학교에서 직장, 은퇴로 이어지는 기존 교육체계를 타파하고 평생 재교육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엘 이자 모하메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인적역량센터 센터장은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세대 간 디지털 격차가 가장 큰 국가”라며 “경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선 세대 사이의 기술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3) AI 활용 능력이 미래 소득 좌우한다

세계적 노동경제학 석학인 데이비드 오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는 “모든 사람이 AI를 활용해 일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일자리에 대격변이 일어나고 있다”며 “AI 활용 능력에 따라 임금 격차가 지금보다 더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4) ‘안전하게 실패할 수 있는’ 환경

샘 미샬카 미국 올린공대 컴퓨터 신경과학 및 공학 교수는 “두려움과 억압을 느끼면 창의성이 발현되기 어렵다”며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려면 무엇보다 안전하게 실패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명예교수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기 주도성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10만 명이 한 명의 ‘일타 강사’에게 똑같은 수업을 듣는 한국에는 미래가 없다”며 “저마다 다른 특성이 있는 아이들은 어느 정도 실패할 수 있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말했다.

(5) 조직문화가 급여보다 중요하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조직문화 개선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연사들은 “인재를 선발하는 것만큼이나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라라 티암 월트디즈니 아시아태평양 HR부문 부사장은 “고용주에게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하면 직원은 자신의 열정을 다른 곳에서 펼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프랑스 코닝 HR총괄 수석부사장은 “조직문화가 복리나 보상보다 열 배는 더 중요하다”며 “직원과 기업 간 연결성이 유지돼야 혁신기업으로 존속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