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갈등이 다양한 콘텐츠 낳아…"지속가능성 위해선 한국다움 유지해야"
한국의 K콘텐츠는 세계로 빠르게 확산하며 전에 없던 흥행을 경험하고 있다. 새로운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K콘텐츠에 대해 세계 석학들은 급격한 경제 발전의 산물이라는 데 동의하며 지속적인 확산을 위해서는 ‘한국다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3일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2’ A-4 세션은 ‘K-컬처와 인재’를 주제로 진행됐다. 윤용필 ENA채널 대표, 샘 리처즈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사회학과 교수, 강정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글로벌사업실 실장이 발표자로 나섰다. 홍길화 SM엔터테인먼트 인사지원실 이사는 토론자로, 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좌장으로 청중 앞에 섰다.

한국이 압축적인 성장을 하며 겪은 시대적 갈등이 문화적 다양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흥행시킨 ENA채널의 윤 대표는 “이념, 세대, 계층, 젠더 간의 치열한 갈등을 겪어본 197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K컬처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독특한 한국만의 혼란스러움과 다채로움을 영상 문법으로 풀어낸 결과물이 흥행을 이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체계적인 콘텐츠 생태계가 마련돼 있다는 점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 콘텐츠산업에는 투자사, 제작사, 유통사, 인재 육성기관 등 네 주체가 견고히 자리 잡고 있다”며 “소수의 작가가 콘텐츠를 생산해내던 과거와 달리 아이디어가 있는 개인은 모두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된 만큼, 기업들이 크리에이터의 결과물을 소유하기보다는 수평적 관계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4년 전인 2018년부터 한류의 선풍적 인기를 예견한 사회학자인 리처즈 교수는 “한국은 서울올림픽 이후 눈부신 경제 발전 속도를 보여 왔다”며 “이런 경제적 성장이 문화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개별 콘텐츠가 지닌 매력도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경제적 위상이 먼저 마련됐다는 것이다. 그는 “문화산업을 이끄는 것은 시장경제와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웹툰의 세계화를 위해 힘쓰는 카카오엔터의 강 실장은 ‘현지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우수한 콘텐츠를 발굴한 뒤에는 현지의 문화적 맥락을 충분히 포함하되 최대한 보편적인 언어를 통해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웹툰의 수출액은 지난 10년간 여섯 배 이상 증가했다”며 “더 많은 현지 소비자에게 풍부한 문화적 경험을 선사할 수 있도록 번역에 힘쓰고 있다”고 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