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연관없음 (사진=뉴스1)
기사와 연관없음 (사진=뉴스1)
3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만원 지하철의 풍경이 달라졌다.

A 씨는 악몽과도 같았던 핼러윈 참사 이후 출근하던 지난 1일 '놀라운' 경험을 했다.

그는 SNS에 자신이 겪은 일을 소개하며 "아침에 지하철 타는데 누가 계속 뒤에서 미는 거 같아서 '밀지 마세요!' 하니까 주위 사람들 일제히 멈췄다"면서 "평소에는 '밀지 마세요!' 해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데 남녀노소가 일제히 멈추는 거 보고 충격적이었고 씁쓸하면서 슬펐다"고 전했다.

해당 글에 또 다른 직장인들도 "1호선도 원래 아침에 죽기 살기로 밀고 들어오는 데 어느 정도 사람 차니까 안 타는 모습 보고 진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건대입구 환승구간 계단도 퇴근 시간 내리는 사람 타는 사람 뒤엉켜서 난리인데 오늘은 사람들이 일정 간격 두고 서서 기다리면서 올라갔다. 내려오는 통로도 남겨져 있길래 직원이 교통정리 한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그냥 모두가 약속한 것처럼 간격을 지켰다"고 비슷한 경험을 공유했다.

이어 "안전을 위한 수칙은 누군가의 피 위에 만들어졌다는 말이 생각난다", "어떤 전문가가 이거 전 국민이 자신도 모르게 겪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라고 하더라"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형민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2일 YTN 뉴스에 출연해 "저도 사고 영상을 보고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고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현장에 출동했던 의료진들, 언론인들도 상당 시간 고생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고 당시 투입됐던 의료진들도 걱정이다"라며 "응급의료 시스템이 넉넉하게 운영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 친구들 전화하다 보면 조금 울먹울먹하는 친구들도 아직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하게 되는 경우들은 대부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거나 질환을 가지신 분들과 맞닥뜨리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경우와 같이 건강하던 젊은 친구들이 다수 사망하게 되는 현장은 저희로서도 너무 견디기 힘든 어려움이었다"고 덧붙였다.

일반 시민은 물론 사고 발생 후 현장서 이를 목격한 언론인들에 대해 각 언론사도 PTSD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사고 당시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현장 취재 인력과 제보 영상, 편집 담당자 등을 중심으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아지자 언론사들은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취재진의 트라우마 예방을 위한 지원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만원 지하철을 당연시하고 각종 축제 현장 등 가는 곳마다 인구밀집도가 높은 한국 특유의 '과밀 문화'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